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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토반에 뿌린 눈물
1964년 12월 8일 독일정부가 보내준 ‘루프트한자’ 649호기에 오른 박정희 대통령 일행은 이튿날 아침. 뤼브케 대통령과 에르하르트 총리 등의 영접을 받으며 쾰른 본 공항에 도착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이처럼 환대 받게 된 이면에는 눈물겨운 사연이 있었다. 당시 서독 언론들은 한국 광부들과 간호사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거의 매일 대서 특필했다. 이국 만리 타관 땅에 와서 그토록 열심히 일하는 젊은이들의 헌신적인 모습과 살려고 몸부림치는 한국인의 긍지를 더없이 높이 평가했다. 우리 광부들과 간호사들의 서독 파견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5.16 군사 혁명 이후 미국의 경제원조가 중단되자 정부는 서독과 차관 교섭을 벌였다. 끈질긴 노력 끝에 서독정부는 1961년 8월 1억 5,000만 마르크(미화 3,000만 달러)의 상업 차관 제공을 약속했다. 그러나 제3국 은행의 지급보증이 있어야 했다. 우리나라는 그 당시 세계의 어느 은행에서도 지급보증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이 때 착상된 구상이 서독 광부 5,000명과 간호사 2,000명 이었다. 서독의 노동력 부족을 겨냥한 것이다. “3년간의 노동력과 노임을 담보로 서독 은행에서 지급보증을 받자” 이 교섭에서 우리는 성공했고, 최초의 서독 상업 차관사업이 이루어졌다. 그 시절은 일자리가 귀했던 시절로 광부 5,000명 모집에 대학 졸업생을 포함해서 약 4만명이 응시했고 간호사는 2,000명 모집에 근 2만명이 몰려 들었다. 서독 루르지방의 탄광 막장에서 일하는 한국인 광부들은 거의가 대학생 출신이었다. 그들의 보수는 한달에 400마르크(100달러)에서 700마르크 정도였다. 1964년 12월 8일 아침, 박정희 대통령은 뤼브케 대통령의 안내로 루르지방 탄광지대의 한 공회당에 도착했다. 탄광 막장에서 갓나온 광부 500여명이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과 작업복은 석탄가루, 흙투성이 그대로였다. 대통령이 단상에 오르자 애국가가 울렸다. 음악만 흐르고 가사가 나오지 않는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한 소절 한 소절 불러가면서 점차 애국가 소리가 커졌다. 마침내 “대한사람 대한으로.......” 대목에 이르자 어느덧 목멘 소리로 변했다. 애국가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 장면은 말이나 글로 설명할 수가 없다. 가슴과 가슴으로 부둥켜 안고 소리없이 고이던 눈물. 광부들은 제나라 대통령을 보자 왈칵 복받치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반가움에 앞서 서러움이었는지 모른다.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내 나라 젊은이들이 고생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대통령 가슴은 미어질 듯했다. 온몸이 떨렸다. “조국을 떠나 이역만리 남의 나라 땅 밑에서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광원 여러분, 조국의 명예를 걸고 열심히 일합시다. 비록 우리 생전에는 이룩하지 못하더라도 후손을 위해 남들과 같은 번영의 터전만이라도 닦아 놓으십시다.” 그러나 연설은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마침내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고 끝내는 대통령 자신도 울고 말았다. 곁에 있던 육영수 여사도, 뤼브케 대통령도, 그리고 수행원도 모두 다 울었다. 어떤 확실한 공감대가 이 가슴에서 저 가슴으로 전해졌다. “열심히 일하자. 그래서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아보자.” 우리 일행은 간신히 ‘아우토반’에 올랐다. 차안에서 눈물을 멈추려고 애쓰는 박정희 대통령의 모습을 옆자리의 뤼브케 대통령이 지켜보며 말했다. “각하, 울지 마십시오. 잘 사는 나라를 만드십시오. 우리가 돕겠습니다. 분단된 두 나라가 합심하여 경제 부흥을 이룩합시다. 공산주의를 이기는 길은 경제건설 뿐입니다.” 그는 자기 호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박정희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통역관인 나는 앞자리에 앉아 칠순의 노 대통령이 40대 말의 젊은 대통령에게 격려해 준 우정어린 대화를 통역하면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걷잡을 수가 없었다. 창 밖으로 눈길을 애써 돌렸다. 석양빛에 어느 공장 굴뚝인가 하얀 연기만이 하늘 높이 내뿜고 있었다. -『아우토반에 뿌린 눈물』에서 재구성 秘史 경제기획원, 영욕의 한국경제 김흥기 편 참고자료 제1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 문제는 투자재원이었다. 1차 5개년계획기간중 투자할 액수는 3조2,145억환인데 48.8%가 전기,통신,교통,주택 등에 투입되고 광공업에 34%, 농림수산업에 17.2%가 들어가게 되었다. 투자재원의 약4분의 1은 외자로 조달하기로 하였다. 혁명정부는 줄고만 있는 미국의 대한원조에만 매달릴 수가 없다고 판단하여 독자적으로 외채를 끌어 들이기로 하였다. 영월화력2호기, 부산화력, 영남화력1-2호기, 인천화전, 월성원전3호기, 동해화력1-2-3호기, 쌍용/고려/동양/한일시멘트 건설..... 등등. 미국으로부터 원조가 줄어듬에 따라 박정희정권은 아이젠버그가 주선하는 차관이 이율이 매우 높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받지 않을수 없었다. 아이젠버그가 처음으로 서독 차관도입을 중계한 것은 1961년 가을이었다. 서독정부의 장기차관과 민간투자를 합쳐 3,750만달러 상당의 마르크화를 1962년 한국정부에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이것은 혁명정부 최초의 공공차관 도입이었다. 미국은 한국이 서독을 새로운 차관도입선으로 뚫는 것을 보고 경계심을 갖게 되었다. 한국으로선 미국측에 대해 당신네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돈을 꿔 올수 있다는 과시를 한 셈이 되었다. -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p3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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