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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통역병이야기
김모군은 남들과 똑같이 군대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통역병을 선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통역병이 되면 편안하게 군대생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영어라고는 고등학교때 억지로 단어 조금 외우고, 회화라 고 해도 겨우 "Hi!" "What time is it now?" 정도의 실력이었지만 응모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뼈를 깎는 노력 끝에 통역병이 되었다. 한달 뒤 결국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자신이 속해 있던 부대가 옆의 미군부대와 마찰이 생긴 것 이다. 영어와 한국어로 험한 말들이 오고 가기를 여러 차례. 결국 고참이 이렇게 외쳤죠. "야.통역병 나와!" 고 참 : 자넨가?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을 빠짐없이 전달해 주게. 미국은 우리의 우방국가다. 김 군 : (잠시 머리를 쥐어 뜯더니) We are the world! 고 참 : 그렇지만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다. 김 군 : (처절한 목소리로) But Ball is ball. Four is four. 그 뒤 김군은 엄청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통역병의 자 리를 물러났다. ********* 재밌죠? 저는 이 글을 읽고 제 젊은날을 보는것 같아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1974년 봄 판문점을 지척에 둔 전방의 통신부대에 근무하고 있을 때 중대장의 부름을 받고 달려가 보니 "권일병 영어 잘 하나?" "읽고 쓰는건 문제없지만 회화는 잘 못합니다." "누군 뭐 날 때부터 잘 하나... 내일 사단 정보과에 들어 가 보게." "예 알겠습니다."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사단으로 달려가 보니 통역병모집 시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험지를 받아보니 "보안의 날 행사계획서"였다. 일반문서를 영문으로 번역하는 시험이었다. 읽어보니 그리 어려운 것 같지 않으나, 보안이라는 말이 무 슨 뜻인지를 모르겠다. 챙피하게 물어볼 수도 없고 이 생각 저생각 끝에 " SPECIAL EVENT FOR BOAN'S DAY"로 시작해서 그야말로 엿장수 맘대로 지껄여 놓고 부대로 돌아왔다. 쥐죽은 듯 조용히 며칠을 보내고 있는데 중대장님 호출이 있어 가 보니 "자네 레이더기지 교육생 통역병으로 선발되었네. 곧 바로 사물 챙겨서 이리로 오게. 차가 오면 출발해야 하니까..." 황당했지만 어쩌랴? 군에서는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어야 하는 것을... 이리해서 옮겨 간 곳이 철책선이 100미터도 안떨어진 최전 방 레이더 기지였다. "HI! NICE MEET YOU!" GI가 뭐라고 중얼대는데 알아들을수 없다. 얼머부리고 "OK..." 아! 내가 왜 여기에 왔단 말인가..... 손짓 발짓 몸짓도 부족하여 인상구겨 가며 메모지에 단어 스펠을 그려가며... 때론 카츄샤를 통역병으로 활용하기도 하며 6개월간의 엉터리 통역병 역할을 마감했다. 그 때 박통이 원자폭탄을 만들려하니 카터가 미군 철수 한다 엄포를 놓고 철수할려면 해라 - 박통께서 배짱을 부리니 카터가 미군에 철수지시를 하고 철수 준비과정에서 레이더 등 중요시설을 인수하기 위해 한국군 교육계획이 세워지고... 저도 그 계획에 따라 통역병이 되어 엉터리 통역을 좀 했는 데 6개월 후 어찌되었는지 모든 계획이 취소되고 나는 다시 부대로 돌아갈 수 있었지요. 덕분에 빠다맛도 보았고 나름대로 즐거운 추억도 만들 수 있어서 좋았던 그 시절이 생각 나 슬며시 웃어봅니다. 록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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