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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2
어스름 이른아침 산을 오른다 털모자 눌러쓰고 산을 오른다 바람은 쉬고 산새도 잠든 산길 가뿐 숨 몰아쉬며 모퉁일 올라서면 새벽달이 쫓아 와 반가이 맞고 지나는 솔바람이 손 내밀어 인사하네 이마엔 땀방울 산 공기에 묻어남고 고요한 계곡은 운무에 젖어드는데 졸졸 흐르는 약수 한 바가지 들이키면 답답하던 가슴이 찢어질 듯 시원하다 상불암 가는 길은 참나무 우거진 길 앙상한 나뭇가지 늘 그대로의 모습으로 하얀 팔목을 드러내고 촘촘이 하늘 향한 마디 마다 부활을 갈망하는 그리움으로 동녘 먼산 만 처다보는 데… 가랑잎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나뭇잎 구르는 소리만 들려 온다 돌 뿌리에 걸터 앉아 지긋이 눈 감으면 실바람에 베어오는 산내음에 묻히어서 지나는 바람 맛이 어찌 이리 달디 달꼬 아.... 어둠을 걷어내고 여명이 온다 산허리 굽어 돌면 천길 낭떨어지 난간을 휘어잡고 돌계단을 올라가면 산이 저리 험한건가 길이 그리 험한건가 위로 천길 아래로 천길 장하다 부처바위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접근을 거부한 채 비바람 모진 세월 천년을 참고 참아 부처의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는. 바위틈을 솟아난 물줄기가 얼어붙어 백길 부풀어 진 얼음 폭포와 가까스로 생명을 이어온 노송의 의연한 자태는 한 폭 수채화가 아니던가 가슴을 열어 마음에 새긴다 산정엔 내가 있고 내 아래 산이 있다 건너 편 산 들은 낮은 포복을 하고 있다 도시가 발 아래로 들어와 엎드린다 하늘이 아래로 흘러내린다... 이 아침 눈부시게 빛나는 한가닥 섬광이 다가와 붉어진 코끝을 더욱 붉게 색칠하고 시대의 공해로 얼룩지고 상처받은 마음일랑 말끔히 치유해 버리고는 그 자리에 새로운 불을 지핀다 기쁨과 희망의 불꽃을 활활 지핀다 눈부신 견장을 어깨에 단 전설의 아침새가 되어 하늘 높이 날아간다. 200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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