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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밤외출
치매로 쓰러지신 외할머니가 우리집으로 오신 지 어느덧 1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엄마는 외출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마음대로 몸을 가눌 수 없는 외할머니 곁을 한시도 떠날 수 없었기 때문 입니다. 사실, 엄마도 몸이 아파 병원에 다녀야 할 지경인데...... 휴일이면 아빠까지 달려들어 온식구가 거들었지만 할머니를 돌보는 일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특히 엄마는 끼니때마다 할머니를 어리고 달래서 밥을 드시게 하는 일을 가장 힘들어 하셨습니다. "자, 우리엄마 밥 드셔야죠. 아 하세요, 아!" "싫어 안 먹어, 너나 먹어. 지들만 맛난 거 먹고!" 나는 말도 못 하고 끙끙 앓은 엄마를 볼때마다 투정부리는 할머니가 미웠습니다. 그리고, 엄마한테 할머니를 맡긴 외삼촌이 원망 스러웠습니다. 외삼촌댁 형편이 어려워지자 엄마가 자청해 할머니를 모시고는 계셨지만, 일 주일에 한 번씩 들르는 외삼촌의 모습은 무심하게까지 느껴졌습니다. 그날은 외삼촌이 오시기로 한 화요일 저녁 이었습니다. 종일 끙끙 앓던 엄마가 삼촌 오실 시간이 되자 갑자기 일어나 외출 준비를 하셨습니다. 그 사이 밥상까지 차려놓고 말입니다. "삼촌 오시면, 엄마 급한 볼일이 있어서 외출했다고 그래라, 알았지?" 엄마는 굉장히 급한 일이라도 생긴 듯 옷을 차려입고 반쪽이 된 얼굴로 부랴부랴 집을 나섰습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습니다. 엄마에게 급한 볼일 같은 건 없다는 것을. 단지 옴폭 패인 눈에 핼쑥해진 얼굴을 외삼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외삼촌이 앓아누운 동생을 보면 아들노릇 못 하는 걸 미안해 할까 봐, 마음 아파할까 봐 말입니다. 그날 밤 엄마는 할머니가 잠들고 외삼촌이 돌아갈 때까지 아픈 몸을 이끌고 차가운 거리를 돌고 또 돌았습니다. ====행복한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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