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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보릿대의 숙이질 않는 이유
흔적들이 보일 듯 말듯한 게시판에 이름들을 기억해야 해 백일도 채우질 못한 일거리를 뒤로 미루고 어거지로 쉬는 척 해야 해 그렇게 해야만 할 이유있는 장마 전선을 머리에 상기 시켜야 해 그 이듬해 아니 저지난 이듬해 때도 그랬듯이 이맘때면 쉬는 날이 있었던거지 .쉬어야 할 이유 없는 이유를 달고 모든 일거리를 머리에서 삭제를 하자고 등돌리며 돌아 온 집이 아닌가 느긋한 여유 하나를 달고 오랜만에 앉아 보는 컴퓨터 책상 앞에 그래도 지나치는 흔적들의 님들을 기억해야 해 오랜만에 쉬어보는 시간에서 조급함도 없애버리고 차분한 바람을 맞이 해야 해 분명한 것은 보리밭이 넘실 대던 기억을 손봐야 해 갈급한 목마름에서 타서 익어가는 보릿대를 지켜보던 순돌이와 나는 기억해 야 해 그랬다. 보릿타작이 시작되고 한해가 거듭되는 때 애간장이 타는 들녁의 농부들을 안쓰러워 했었다. 홧김에 불질러 버리는 저녁 노울 들판 더미속에서 보릿대는 토닥거리면서 춤을 추었다. 농부는 춤을 추고 ... 끝까지 머릴 숙이지 않은 건방진 보릿대를 보면서 순돌이는 먼 하늘만 바라보며 짓기만 했었다. 밤이 어느샌가 내려와 버린 산마을 한편에서 맹꽁이 소리만이 이명으로 울려 왔었다. 출근 길 허리춤에서 스치듯이 흔들리며 곧은 보릿대를 바라보며 중얼거린 혼잣말을 토해내곤 했다. 건방진 보릿머리 죽어도 숙이질 않는다. 보릿대가 토닥거리며 타오르는 소리는 장대비 내리는 소리 같다. 소쩍새 울음 소리가 이불 속까지 차고 들어 왔다. 노트: <순돌이는 하숙집 할머니의 개 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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