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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소식 안고..
록키님 봄이 왔다는데 혹시 보셨나요? 너무 오랜만이라 조금은 미안한 생각이 먼저 듭니다 이곳 남부지방엔 꽃소식이 완연하답니다 그래도 미진한지 저는 태안 안면도 꽃박람회에 좀 다녀 오려구요 꽃을 보러 가는건 아니고 롯데오션캐슬에서 세미나가 있거든요 그래서 여기서만 조용히 귀뜸하고 조용히 갑니다. 아래는 이곳에 온 성급한 봄이야기랍니다 늘 좋은 날만 있으시길...  황사가 온누리를 뒤덮고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휴교령도 발동하고 올 해는 예전보다 가뭄이 심해서 앞으로도 심할거라는 기상대의 귀뜸도 있었다. 마치 온 세상을 흙먼지 속에 가두려는 음모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10여미터도 재대로 볼 수 없는 날도 있었다. 아름다운 여인네 뒷편에는 건달들이 득실거리고, 아름다운 봄날 일수록 황사먼지가 많다는 이야기도 라뒤오에서 흘러 나온다.  그러나 들판에는 봄이 꼬박꼬박 오고 있었다. 토요일 오후 퇴근시간을 보니 5시가 조금 넘었다. 이것저것 살펴볼 것 없이 미결된 서류를 캐비넷에 쳐박고 카메라만 갖은채 도심을 빠져 나갔다. 이럴때는 제일먼저 해부터 쳐다보는 습관이 있다. 아무리 멋진 풍경이 있고 꽃을 발견해도 해떨어지면 무용인 것을.... 아쉽게도 태양은 황사 뒷 끝에 찾아온 구름속으로 곤두박질하고 미미한 여력만 보인다. 낭패다. 얼마나 기다렸던 오늘인데 이렇게 야속하고 허망하게 하는지. 그러나 어차피 마음은 들판으로 가고 있는데 어쩌랴. 무등산 허리를 가로질러 담양방면으로 재빠르게 치달렸다. 산장도로 중턱쯤에 개나리가 아주 소담스럽게 길 옆에 가지런히 잘 피어 있었다. 늘 느끼는것이지만 이 노란색만큼 화사하고 원색인 또 무슨꽃이 있을까? 그러나 막상 가까이 가서 그 모습을 볼작시면 영 아니다. 개나리는 군상이 아름다운 집단이다. 접사를 찍을려다 그만 두었다. 그리고 휘어져 내린 줄기가 자연스런 포즈을 취한 몇줄기에게 유혹을 보낸다. 찰라 봄바람이 심술을 부려 본다. 개나리는 봄바람이 알려주는 이야기를 그대로 믿듯 이리저리 손을 흔들어 준다.  눈을 바꾸어 좀 더 멀리 보았다 하얀 꽃들이 눈에 들어 온다. 아마 매화꽃일게다. 벚꽃은 아직 피기 이른 철이고 살구는 연분홍옷으로 치장할것이고 복숭아도 마찬가지... 가까이서 보니 매실과수원이다. 매화를 이렇게 과수단지로 가꾸었을리는 만무하고 주인이 한두그루 심다 보니 몇해 지나서 이렇게 화사한 봄소식을 알려 주었을게다. 일주도로 끝자락에 생강나무와 개나리가 어루려져 걸음마 단계의 봄 모습을 보여 주었다. 생강나무는 산수유와 비슷하여 영락없이 산수유 흉내를 내기 마련이다. 멀리서 쳐다보면 식물학자나 수목전문가가 아니면 식별해내기가 어렵다. 꽃피는 시기도 비슷하고 다만 내가 보기에는 줄기가 힘차게 뻣어있으면 생강나무 여성스럽고 폼나면 산수유로 판단했다. 이곳 무등산에는 생강나무가 많은편임으로 일단의 생강나무로 알고 넘어간다. 그런데 그나마 희미하던 햇살은 황사와 구름속으로 달빛정도로 이런 빛에 과연 사진이 나오련지 의심스럽다. 도로 아래편에선 매화나무 몇 그루가 나를 반긴다. 꽃은 보이는데 사진발이 걱정이다. 그래도 혹시 하는 심사로 한컷을 해 본다. 한시간여 내 즐겨하는 드라이브 코스를 돌즈음에 햇살은 아예 잠취를 감춰 버렸다. 아직은 이른시간인데 아쉬운 첫 출사를 그렇게 보냈다. 기대한 만큼 보여주질 않는 아쉬움만 안은채... 일요일은 조용하게 사무실에서 일하기가 좋다. 때도시도 없이 울려되는 전화 벨소리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다. 하기사 우리 사무실에서는 전화 불친절이라는 명목으로 퇴출된 직원도 좀 있고 우리부서에서는 특히 책임전가식 통화가 많아 전화받기가 여간 까다롭고 신경쓰이는 일중에 하나이다. 네 시간 정도 잡무를 처리하다 눈에 아른거리는 목련생각이 간절하여 전남대 캠퍼스로 향했다. 작년에 찍으려다 색바랜 백목련의 자태가 마음에 쏘옥 들었다. 요즘 여기저기에 피어나는 종이 아닌 토종 우리것의 아름다움과 고고함을 가득담고 있었다. 단지 때가 지나서 만났다는것...그래서 올해 해후를 위하여 부지런히 교정으로 들어 섰다. 추억은 유혹이라 했다. 아마도 목련은 일년 내내 나를 유혹하고 있는가 보다. 그러나 애석하게 그곳에서 나를 반기는건 싹뚝 잘라져 댕그런히 남아있는 고목 뿐이다. 이렇게 허탈하다니.. 아마 개발의 논리앞에 또 무너진 아름다움을 보는 순간이다. 할 수 없이 이제 피어나려 준비하고 있는 홍매화와 또 몇 개의 자연을 내 안에 잡아 두었다. 아직은 이른 봄이다. 대지에서 푸른 잎들이 마른 풀잎을 밀어내고 아직은 핏기를 잃은 나무들이 수액을 충분히 섭취하여 신록으로 영글어 질 때 내가 찾는 봄은 올 것이다. 그때는 감추어 두었던 섬진강변에서 매화꽃 흩날리는 모습도 보고 또 이름없이 작은게 아름다운 들꽃도 찾아가 만나리라. 그들도 그리움을 접고 또 다른 모습으로 반겨 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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