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씨 한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알 그대로 있고, 죽으년 많은 열매를 거두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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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
어쩌면 우리는 가슴 한켠을 비워 놓고 그분을 기다리는 것인지 모릅니다. 우리 힘만으론 내 존재를 온전히 채우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항상 허기와 갈증을 느끼며 사는 기·다·림 이야말로 생애를 빛나게 합니다. 어떤 시인은 [빛들이 터지는 걸음으로]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기다림이 오래갈수록, 문득 당신이 나를 쳐다볼 때 내 걸음에 신명이 돋고, 기뻐 날뛰듯이 환호작약하는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겠지요. 그때까지 혼란스럽고 을씨년스런 오늘을 견디어야 합니다. 아니 청빈하고 누추한 곳에 머물러야 합니다. 몸이 안 되면 마음이라도, 시선이라도 그곳에서 거두어들이지 말일입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골목에서 우연히 그분 뒷자락이라도 엿보게 될지 누가 압니까? 늦고 헐한 저녁상을 받은 노무자들 틈에 끼여 탁주 한 사발 들이키는 눈언저리로 그분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분을 하느님이라 해도 좋고, 진리라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글. 한 상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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