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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옥수의 편지
침묵인가 싶었습니다. 봄빛 날리는 눈발에 다 인사를 하고 있으니 어찌나 반갑던 지요. 술잔은 늘 안녕하시지요. 혹이나 술잔에 금이 가거든 가만히 내버려두시구려 요즈음, 일손 뒤로 수갑채운 채 감옥에 들어 누웠 습니다. 가끔 면회를 오는 병동 이는 대가리만 조아리다 갑니다. 아내는 이 몰골이 빈둥대는 꼴을 눈치로 팔급치로 하루 허구 한날 ... 나는 얻어맞아 가며 죽은 듯이 숨쉬고 있습니다. 어젠 탈옥을 했지요. 홀가분한 마음으로 망망한 대로를 누볐습니다. 거리에 배 하나를 띄우고 봄빛을 쬐면서 옛 생각을 했습니다. 개보다 더 고개 숙인 체로 걷던 지난 날 이였지요. 그 추위의 쌘 바람 추억들이 노를 젖는데 방해를 하군요. 적군들도 많았던 일터였고, 적군들의 총알들이 가슴구멍을 도륙을해도 늘 이런 소리들이 귓가에 맴돌았지요. " 아들아 나는 성공하고 돌아온단다" 갈비 사이로 비켜서는 가슴 시린 말 한마디였지만 빈배는 거리에서 흔들리고 불꺼진 거리의 환락가도 홍등가도 좌초된 빈배를 발견하지 못했지요. 따슨 술잔 같은 것 말입니다. 아는 사람은 모두다 돌아서는 한 개의 바위가 되였고, 바위에 등비빌 수 없는 바를 아는 지금에서 빈배는 다시금 유랑하여야 하는 가 봅니다. 그 표류의 닻을 내리는 어디쯤에서 다시 한 번 만나 따슨 입술 비빌 술잔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사람들은 모두다 한 번쯤 헤어지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때로는 죽는 연습도 게을리 해서는 안되겠지요. 지독한 거짓과 아부의 단상에서 오로지 살아 남는 자의 혓바닥을 위하여 .... 오늘은 문밖에서 나와서 문안으로 돌아갑니다. 감옥은 꽃샘추위로 가득 합니다. 눈치코치 송곳 같은 것들이 자꾸 가슴을 찌릅니다. 어여 찌르지 않기를 비 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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