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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산거(山居)
꽃대 위에 내걸린 환한 등 같은 꽃 꽃을 바라보다 꽃빛에 어룽 비친 이슬보다 가벼운 찰랑이는 풀잎들 풀잎을 지우고 안개 속에 에워싸인 강을 건너가 안개 속에 둘러싸인 산을 무너뜨려 산을 지우고 십만의 백만 천만 개의 물방울을 손끝으로 움직여 꽃잎 위에 맺히도록 똑똑 풀잎 위 떨어진 한 방울의 이슬을 함께 모아들여 영귀산 백만그루의 나무를 모두 씻어낸 산 위에 누워 있는 운주사의 칠성바위 핏속으로 구르는 핏속의 혈관 타고 굴러 다니는 바위를 넘어뜨려 바위를 지우고 꽃을 지워낸 바위를 지워낸 풀잎 위 또르르 구르는 이슬방울이 산이 돼 구르도록 칠성바위 크기가 별의 밝기와 일치한다는 하늘을 바라보네 어둠(無明)속 하늘에서 자라나는 비릿한 풀 비린내 뭇별들을 끌어내려 비어 있는 마음에 별을 담으리 굳게 닫힌 하늘문 솔방솔방 걸어나가 꽃의 힘으로 꽃빛에 어룽 비친 이슬의 힘으로 이슬보다 가벼운 가볍게 흔들리는 풀잎들의 힘으로, 그 문을 두드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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