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友人會宿 벗을 만나 같이 자다
友人會宿 벗을 만나 같이 자다 우인회숙 李 白(이 백) 滌蕩千古愁 천고의 시름을 씻어 없애고자 척탕천고수 留連百壺飮 연달아 백병의 술을 마신다. 유련백호음 良宵宜且談 좋은 이 밤이라 마땅히 이야기는 이어지고 양소의차담 皓月未能寢 달은 밝아 잠을 이룰 수 없다. 호월미능침 醉來臥空山 취해서 오다가 적막한 산에 누우니 취래와공산 天地卽衾枕 천지가 곧 이불과 베개인 것을… 천지즉금침 주석 滌 척(씻다), 蕩 탕(쓸어버리다), 滌蕩 척탕(씻어 없애다), 留連 유련(그 장소에 머물러 있는 것/객지에 묵고 있음), 壺 호(병), 宵 소(밤/야간),宜 의(마땅하다), 且 차(또/잠간=暫), 皓 호(희다), 寢 침(잠자다), 臥와(눕다), 空山 공산(인적 없는 적막한 산), 衾 금(이불), 枕 침(베개) 이백은 낭만이 가슴에 가득한 시인이었고, 자연주의의 대표자였다. 가슴에 품은 이상은 드높았으나 현실의 벽에 부딪혀 무수한 절망을 맛보았으며 삶 자체도 그리 순탄하지 못했다. 불만과 고뇌 속에서 때로는 산림에 은거했고, 때로는 저작거리나 조정을 배회하기도 했다. 動靜동정은 항상 같지 않았으며, 가고 옴도 정한 바가 없었다. 그러나 가슴에 쌓인 울분과 시름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아 때로는 시와 술이 유일한 친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시는 오언고시(五言古詩)로서 그의 인생관을 반영한 것으로 자유분방하여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마음에 맞는 벗들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였다. 저마다 가슴속 시름을 풀기 위해 폭탄주를 돌리듯이 쉴 새 없이 술잔을 건넸다. 마침 달조차 밝고 좋은 밤이어서 이야기도 끝없이 이어지고 잠마저 들 수 없었다. 비틀거리면서 돌아오다가 인적이 끊어진 적막한 산에 누워 잠이 들었는데, 하늘과 땅이 바로 이불과 베개였다. 몸과 마음을 모두 자연에 맡겨 생명과 호흡을 천지와 영원히 함께해 보고 싶지 않았을까? 호탕한 조선의 스님 진묵대사(震黙 1562∼1633)도 어느 날 술에 취했다. "천금지석산위침(天衾地席山爲枕), 월촉운병해작준(月燭雲屛海作樽)…" 하늘을 이불로, 땅을 자리로, 산을 베개 삼아 달을 촛불로, 구름을 병풍으로, 바닷물을 술로 삼아 술잔질 한다. 松江송강 정철도 "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꽃 꺾어 사놓고 무진 먹세 그려…" 라고 했다. 술을 마신다고 시름이 풀릴까? 마음속에 일어나는 번뇌의 근원을 끊임없이 제거하여 자족할 때야말로 마음의 공허함도 시름도 스스로 물러가고 무한한 자유를 느끼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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