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제2편 윤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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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문 : 서원(誓願, votum)

1.        서원은 하느님과 맺는 하나의 약속이다. 하느님은 생각까지도 읽으시는 분이시기 때문에 약속은 단지 생각만으로도 하느님과 맺어질 수 있다. 그러나 약속은 하나으 의도에서부터 생겨나는 것이며, 그 의도는 숙고(熟考)된 의지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서원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즉 심사 숙고(深思熟考), 의도(意圖), 그리고 약속이라는 조건이 요구된다.

2.        서원은 하느님과 맺은 일종의 약속이기 때문에 죄와 같은 하느님께 반대되는 것에 대한 약속이어서는 안 되며, 덕행과도 같은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약속이어야 한다. 또한 서원은 벌써부터 구원의 필요성 때문에 요구되는 것은 아니고, 영혼의 구원을 위한 더 나은 인도를 위해 요구된다. 그러므로 서원은 더 나은 선(善)에 대한 약속이라고 말할 수 있다.

3.        모든 종류의 약속이 의무라면 하느님과 맺은 약속은 더 큰 의무이다. 그러므로 모든 서원에는 의무가 따른다.

4.        우리의 유익 때문에 서원을 하는 것이므로 서원을 하는 것은 유익하다.

5.        서원은 하느님께 대한 흠숭과 더불어 어떤 것을 자유롭게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원은 일종의 종교적 행위이다.

6.        서원으로써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은 서원 없이 하는 것보다 더 훌륭하고 가치가 있다. 왜냐하면 서원으로써 하는 모든 행위는 경신례(敬神禮)의 행위가 되고, 하느님께 대한 더 큰 경외심을 갖게 하며, 또한 의지가 선(善) 안에 확고하게 자리잡게 하기 때문이다.

7.        성직 수여와 수도 서원 안에서 서원은 교계 제도의 축성과 영적 축복으로서 성대 서원(盛大誓願)이 된다.

8.        만일 서원이 가능한 일에 대한 약속이라면, 그것은 어떤 다른 사람의 권한에 예속되지 않은 일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에게 예속되어 있는 사람은 그들 상급자의 동의 없이는 서원을 할 수 없다.

9.        어린이들은 수도자가 되기 위한 약속에 대한 책임이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상대적으로 신중하게 생각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며, 또한 그글은 부모들의 권한에 예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비록 상대적인 능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들의 서원은 부모들의 권한에 의해서 무효가 될 수도 있다.

10.        서원은 특별법의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부분적 혹은 전체적으로 특별법을 수정할 수 있는 일반법은 특별법보다 우위에 있다. 따라서 서원은 일반법으로서 면제되거나 수정된다.

11.        어느 누구도 수도자를 그만둘 수 없으며 동시에 청빈과 정결 서원으로부터 면제될 수 없다. 교황의 권한으로도 불가능하다.

12.        서원은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어떤 일에 대해서 하느님과 맺은 약속이다. 그러나 그것이 하느님의 마음에 더 기쁘게 받아들여지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를 가려서 하느님의 위격(位格) 안으로 인도하는 사람은 교회의 장상이다. 그러므로 서원의 면제나 수정은 교회 장상의 권위를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