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제2편 윤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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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문 : 비신자(非信者, infedeles)

1.  만일 어떤 사람이 믿지 않는 상태에 있다면 그는 죄 중에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에게 선포되는 신앙을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만일 신앙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전혀 듣지 못했기 때문에 믿지 않는다면 그는 죄 중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상태는 오히려 불행이며 아담의 죄의 결과이다.

2.  믿는다는 것이 지성의 행위이듯이 신앙의 결핍은 내용 면에서는 지성의 영역에 속하며, 또한 동기 면에서는 의지의 영역에 속한다.

3.  신앙을 거부하는 것은 우리를 하느님으로부터 멀리 격리시키는 행위보다도 더 큰 죄이다.  그러나 세 가지 죄, 즉 불순종, 젊망, 하느님께 대한 증오는 그 어떤 죄보다도 중죄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죄들은 대신덕(對神德)에 반대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구원에 대한 포기이다.

4.  비신자들의 모든 업적들, 그들의 자선행위들을 죄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오히려 불순종이 죄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죄는 초자연적 선의 타락이지, 모든 자연적 선이 타락의 경향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들의 행위가 자연적으로 선하다 하더라도 은총 안에서 행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영원한 생명을 차지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5.  신앙과 관련해서 불순종은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 그들 자신이 전혀 가져본 적도 없는 신앙을 반대하는 이교도들의 불순종과,  둘째, 외견상으로만 신앙을 가지고 있는 유대인들의 불순종과,  셋째, 완전하게 가지고 있는 신앙을 반대하는 이단자들의 불순종이 그것이다.

6.  신앙을 반대하는 데에 완고하기로는 이단자들이 이교도들이나 유대인들 보다 더 사악하다.  그러나 신앙의 진리에 있어서는 이교도들은 유대인들이나 이단자들보다 더 오류가 많을 것이다.  이교도들에게서는 이단자들보다도 더 못한 불순종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7.  견고한 신앙을 가진 사람은 미신자들과 공개 토론을 할 수도 있으며, 또한 신앙훈련이나 선교의 목적으로 그러한 것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앙이 확고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신앙이 참되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서 그러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죄를 짓는 것이다.  동시에 그러한 토론들은 신앙이 견고하고 신앙 지식이 박학한 신자들 앞에서 행해질 수는 있지만 순진하고 신앙이 견고하지 못한 신자들 앞에서 행해져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미신자들과 악한 사람들은 신앙을 그릇된 곳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토론과 부정적인 주장을 악용하기 때문이다.

8.  신앙을 부정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가 만일 세례를 받았다면, 세례때의 약속들을 지키도록 강요당할 수 있다.  그러나 세례받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신앙을 방어할 목적이 아니라면 강제적 행동을 할 수 없다.

9.  교회의 규율상 가까이하지 말아야 하는 파문당한 사람들과 친분 관계를 갖지 않는다면, 타락의 위험이 없다는 전제 하에서 비신자들과도 교제할 수 있다.

10.  신자들을 비신자들의 사법권 아래 두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비신자라는 사실 때문에, 한 사람의 비신자라도 그가 이미 가지고 있는 법적 권한에 대해서 그 지위를 빼앗을 수는 없다.

11.  인간의 제도는 악인들까지도 세상에 남겨두신 하느님의 통치를 본받아야 한다.  따라서 비신자들의 풍습은 더 큰 악들을 피하기 위해서, 혹은 더 큰 선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또한 유대인들의 풍습에서부터 신앙이 전례된 증거라고도 할 수 있는 어떤 특수한 선을 위해서라도 너그러이 이해될 수 있어야 한다.

12.  비신자들의 자녀들은 그들이 이성에 따라 행동할 수 있기 전에는 세례를 받을 수 없으며, 이성을 사용할 수 있게 된 다음에는 세례받도록 인도될 수 있다.  그러나 억지로 세례를 받게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