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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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 철학의 빈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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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의 빈곤'; 그 여러가지 양상에 관한 늘어놓음 * 홍기표 1.> 심리적 요인에 의한 '철학의 빈곤' 세계관이 좁아지는 원인중에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는 복수심, 욕심, 짜증, 공포, 방어본능, 흥분, 슬픔, 기쁨 같은 심리적 요소에 의한 것들이다. 이렇게 일단 마음의 평정이 무너지면 주변현상을 해석하는 폭과 능력이 현저하게 좁아지고 일방향적으로 된다. 그러나 이같은 철학의 빈곤양상은 이론적인 빈곤이 아니기 때문에 단기적인 경우가 많고 사회역사적으로 크게 중요한 것들도 아니다. 2.> 공부하지 않음의 빈곤 투입이 적으면 보통 산출이 적다. 즉 공부를 적게 하면 철학은 빈곤해진다. 의식이란 결국 자기 주변에서 감지된 것들에 대한 '반영'의 결과이다. 즉 우리가 '생각한다'는 것의 첫번째 전제는 주변사물 현상에 대한 학습이다. 사람들이 뭔가를 생각한다는 것은 결국 주변에서 보고들은 것을 머릿속에서 <재구성> 하는과정이다. 따라서 투입이 적으면 머리속에서 재구성되는 과정의 '복잡성'도 적게 되고 따라서 산출도 적어진다. 사람들이 '철학의 빈곤'에 대해서 왈가왈부 할 때는 대부분 이것을 가지고 빈곤논쟁을 한다. 그러나 오히려 이와같은"철학의 빈곤 유형"은 별로 해롭지 않다.굳이 모르는 것을 아는 척 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3.> 열거식 빈곤 공부를 많이 했더라도 집어먹은 것을 그대로 배설하는 식이라면 즉 들어간 게 그냥 나오는 식이라면 '철학의 빈곤'에 해당한다. 아무리 투입이 많아도 내부에서 재구성하는 <짜임새>가 밋밋하면 산출이 빈곤해진다. 책을 읽다 보면 학자들이 기존의 세상에 나와 있는 개념들에 대해 아무런 열거의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채 단지 개념들만 줄줄이 나열하다가 끝내는 경우를 자주 본다.그런데 이렇게 개념들 사이의 연관이 빈약하고 그 나눔의 기준이 애매하면 분류가 아니라 열거이다. '분류'의 기준을 밝힘으로서 그렇게 분화된 개념들끼리의 연관관계와 역할 분담을 동시에 밝혀주는 것이 개념이 <통합>되는 과정이다. 기준이 없는 분화는 분화만 있고 통합이 없는 셈인 것이다. 분류가 아닌 열거의 최대 단점은 외우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일부러 공들여서 외우지 않으면 쉽게 잊어버리고 외워도 나같은 놈은 나중에 어차피 도루 까먹는다. 입시위주의 "대중교육제도"는 이렇게 주입과 배설을 대규모적으로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철학의 빈곤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형태의 빈곤양상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린 생각없이 열 줄을 읽는 것보다 한 줄읽고 열번 생각하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할 수있다. 4.> 정체성의 빈곤 (='죽은사람 이름주의자'의 빈곤) 흔히 교조주의라고 부르는 빈곤형태이다."나는 무슨 무슨 주의자"라고 어떤 규정된 정체성을 만들어 스스로 자기 자신을 결박함으로써 생기는 빈곤 유형이 있다. 이런 것중에 특히 해로운 것은 어떤 개인의 사상을 곧바로 사회변혁사상으로 치환하는 경향이다. '사람의 생각'이란 개별인간으로서의 한계를 고스란히 갖게 마련이다. 어차피 개인의 사상 자체가 그 선임 연구자들의 연구성과 위에서 성립 가능했었던 것이며, 완벽할래야 할 수도 없는 것이며, 그 개인이 살았던 특정한 시대적 여건을 알게 모르게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개인'이란 나이가 먹거나 주변여건이 변하면서 생각도 바뀌게 마련이다. 심지어 자기가 생각한 것이라고 해서 자기가 다 기억하는 것도 아니다. 만약에 누군가 명실상부한 어느 죽은 사람이름 주의자가 되려한다면 그 개인이 평생동안 걸었던 사상의 궤적을 일일이다 쫓아 다녀야 하는데 그것은 불가능 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재미없는일 이다. 그 개인이 남겨놓은 수많은 서적이나 편지는 물론이고 노트에다 이렇게 저렇게 갈겨놓은 연구초록 그리고 발언들.. 그런것은 눈으로 볼수나 있지만 속으로 생각한 것은 어찌하랴.. 기본적으로 사람이름 주의는 사회사상이 꾸준한 현실 적합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지녀야 할 '자기수정능력'에 심각한 한계가 있다. 어찌되었건 '그 죽은 사람이 했던 옛날의 생각' 이상은 넘어갈 수 없는 것이다. 이런맥락에서 보아 사회변혁 사상의 간판을 '사람이름'으로 만든다는 것은 뭔가 불합리하다.이런 것은 일반적인 경우에 실천과 괴리되게 마련이다. 더구나 <독창성> 보다는 옛날 생각을 얼마나 제대로 반복하느냐에 더 치중할 우려도 높다. 조선시대 선비들중에 논어를 거꾸로 외운 놈들이 있었다는데 이것이 바로 이런 경우이다. 사실 우상과 이성의 차이도 별게 아니다.어차피 자기의식 속에 내장한 '정체성'이라는 점에서 보면 우상과 이성은 별 차이가 없다. 우상과 이성을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은 그것의 현실 적합성 뿐이다. 결국 '교조'는 자유로운 발상을 방해하는 이념적 장벽으로 작용할 수있다. 우리는 "교조주의는 않된다!"는 유일한 교조로 무장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5.> 실천 없음의 빈곤 진리란 그 자체로 옳고 그름이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의 실천속에서만 그 여부가 판가름 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철학과 실천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매우 심각한 철학의 빈곤이다. 이론상으로는 분명히 사회변혁의 주력부대가 '노동자'라고 정리해놓고 스스로는 '노동자의 벗'을 자처하는 것은 사실 굉장히 기만적인 행동이다. 그럴바에야 주력부대라는 개념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또 다들 노동자의 벗이나 하지 누가 노동자를 하겠는가? <노동자의 벗>이라는 개념은 '실천없인 살아도 이론없인 못살고, 투쟁없인 살아도 논쟁없인 못사는'사람들이 이론적으로 마음의 위안을 찾기 위해 만들어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노동자의 벗은 다른 어떤 놈들이 아니라 노동자 자신 뿐이다. '지식인'이라는 개념도 따지고 보면 정치적으로 진보적 취향을 지닌 인텔리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담기 위해 만들어낸 개념이다.그러나 '노동자의 벗' 보다는 솔직한 개념이다. 6.> 근거는 없고 결과만 있는 빈곤 단지 000가 좋다. 000는 나쁘다. 라는 식으로 최종 평가만 기억하고 있는 것도 빈곤 형태이다. 중요한 것은 그 최종평가를 도출하게 된 근거이다. 근거만 확실하다면 그 근거를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서 최종평가는 좋을 수도있고 나쁠 수도 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판단의 '근거'를 기억하기보다는 그 근거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 즉 마지막 결론만 간편하게 들고 다닌다. 논쟁을 할 때도 근거없이 마지막 결론만 갖고 하는 경우가 많다. 7.> 이름만 난무하는 빈곤 위와같은 철학의 빈곤 때문에 내용은 없고 단지 이름만 난무하는 빈곤형태가 등장한다. 어떤 철학 논쟁을 보면 내용은 별로 없고 철학자들 이름, 또는 그들의 저서 제목들만 난무하는 경우가 있다. 서로 왜? 그런지는 밝히지 못한 채 그냥 좋다, 나쁘다 또는 이 책을 읽어 봤느냐, 저 책을 참고해라.. 공부 좀 더 해라..같은 .. 속빈이야기들만 난무하는 것이다. (또는 비판만 잔뜩 늘어놓고, 정작 대안이라고는 없는 것도 있다) 그러나 훌륭한 철학은 철학자들 이름이나 저서들을 많이 안다고 성립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잘 모르면서 기발한 생각을 해낼 가능성도 크다는 점을 부정할 수없다.더구나 우리나라 학문은 거의 대부분 서양에서 수입해 온 것들이다. 게 중에는 쓸데없는 공염불도 많다. 8.> 인격의 빈곤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평가할 수있느냐? 라는 만만치 않은 반론도 있지만 그동안 인간 세상엔 사람에 의한 사람의 평가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우리 선조들은 인간이 인간을 평가할 수 있다고 전제하였다. 사람에겐 각각의 격(格)이 있다고 여긴 것이다. 그럼 '인격'이란 무엇일까? <인격>은 한마디로 '의사소통 능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물론 현대와 같이 조직된 사회에서는 '취업'이나 '결혼' 같은 "사회적 조직행위"를 할 때 사람에 대해 여러 가지 평가를 한다. 하지만 그때에 이루어지는 평가는 조직원 으로서의 <자질평가> 또는 <신용평가> 같은 실무적 평가일 뿐이다. 정작 인격을 판가름 할 수 있는 기준은 그의 의사소통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사실 사회적 관계에 종속된 존재인데 그 '관계'라는 것의 실제 내용은 결국 '의사소통'이기 때문에 결국 한 개인이 사회적 역할은 '의사소통능력'에 좌우되게 되어있다. 넓은 의미로 보아 의사소통 능력이 곧 스트레스 처리능력이면서 문제해결 능력이고 위기관리 능력인 셈이다. 그리고 그것이 총체적인 사회적응 능력이다. 사회적응능력이 결국 사회변동 촉진능력의 중심요소라는 맥락에서 보면 '의사소통능력'이 인격의 중심요소로 설정될 수있다. 그런데 이러한 의사소통의 대전제는 타인을 나와 똑같이 존중하는 것이다. 아담스미스는 " 철학자와 지게꾼의 차이는 그레이 하운드 개와 마스터프 개와의 차이의 절반밖에 안된다." 라고 한 적이 있다. 우리로 치면 진도개와 삽살개의 차이의 절반밖에 안된다는 말이다. 철학자와 지게꾼의 차이는 사실 없다. 철학자건 지게꾼이건 욕 먹으면 자기도 욕하고 싶고, 누구한테 한 대 맞으면 자기도 한 대 때리게 되고, 배고프면 밥먹고 싶고, 돈생기면 좋아하고, 사회 속에서 편안히 살기를 바란다. 철학이건 뭐건 그런 것들을 떠나서 사람이란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존중의 근본적인 전제를 상실한 <타인에 대한 해석>은 그 자체로 철학의 빈곤이다. 자기는 고매한 철학자이고 상대방은 무지한 지게꾼이라는 식의 인식구도는 그 자체가 철학의 빈곤이라는 것이다. 9.> 난해함의 빈곤 '지식'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뭐 별로 대단한 것은 아니다. 어떤 <말> 나부랭이에 대해 익숙한가? 익숙하지 못한가?의 차이일 뿐이다. 단지 개념에 대한 낯익음과 낯설음이 전문가와 비전문가와의 경계선 이다. 학자들 중에는 자기에게만 낯익은 개념을 충분한 사전 조치없이 마구잡이로 남발하거나 일부러 자기외에 다른사람들이 자기개념에 익숙해짐을 차단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낯설게하기"를 도모하는 경우도 있다. (의도적이지 않더라도 미필적 고의로 그렇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무리 고매한 철학이라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구체적으로 전달되지 못하면 말짱 '황'이라는 점에서 "난해함"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철학적 빈곤형태라고 할 수있다. 물론 쉽게 쓰려고 했는데 쉽게 전달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단병호위원장은 언젠가 자본론이 너무 어렵다며 '맑스는 거짓말장이'라고 농담처럼 말한 적이있다. 쉽게 쓰겠다는 의도가 중요하다. 성패 여부에 상관없이.. 10.> 심오함의 빈곤 위와 비슷한 유형으로 너무 심오해서 철학의 빈곤을 일으키는 것도 있다. 칸트는 자기철학을 세우는데 자기 평생을 바쳤다. 그러나 우리가 칸트의 사상을 이해하는데는 그가 남긴 책몇권을 통해 몇 달안에 쉽게 요해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것이 역사가 발전이 가능할 수있었던 '체제'였다. 그런데 어느 철학이 너무 심오해서 한 10년 넘게 공부를 한 전문 연구자들도 잘 이해가 않된다면 문제가 된다. 물론 그들은 오히려 이런 심오함을 자랑한다. "내가 10년 넘게 이 분야에서 공부했지만 아직 다 이해를 못하고 있다. 그 정도로 심오한 철학이 이것이다.!" 그렇게 당당하게 주장한다. 그러나 그렇게 심오한 철학이라면 사실 별로 배울 필요도 없다. 선임 연구자의 연구자체가 후임 연구자에게 쉽게 전달되고 그 의의와 한계가 명확하게 파악되어야만 인류의 역사 전체로는 '발전'이란게 가능하다. 후임연구자가 선임연구자만큼 똑같은 투자를 해야한다면 계속 단순재생산만 반복 될 뿐이다. 더구나 진리란 오직 실천속에서만 진리여부를 판가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너무 심오해서 실천자체를 행할 수 없는 정도 라면 이미 쓸데없는 철학이다. 도대체 화엄경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실제 민중속에서 역사로 된 것은 원효인 것을. 11.> 진돗개 하나의 빈곤 특정한 문제상황에서는 세계관이 필연적으로 좁아진다. 동해 안에서 간첩선이 발견되어 강원도 지역에 '진돗개 하나'경계령이 떨어졌다고 하자. 사람들은 낯선사람들을 의심에 찬 눈빛으로 보게되고 군인들은 여차하면 사격할 지도 모른다. 이건 일시적인 것이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12.> 당파성의 빈곤 그동안 우린 양시론이나 양비론의 폐혜를 적잖게 보아오면서 옳고 그름을 반드시 가려내어 어느 한가지 입장과 전면적으로 운명을 같이 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 왔었다. 그러나 과연 사람은 늘 그렇게 옳고 그름에 대해 명쾌한 판단만 내릴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어디가 끝일까?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착한 어린이는 길가에 떨어진 휴지를 줍는다!' 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다. 난 착한 어린이가 되려고.. 하교하면서 집까지 휴지를 계속 주우면서 왔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길거리에 널려 있는 그많은 휴지를 일일이 다 줏어야 할 뿐 아니라 그것을 매일 해야 --원칙적으로는 평생 해야-- '착한어린이'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애당초 불가능 한 것이었다. 어떻게 그 휴지들을 다 주울수 있으랴.. 결국 난 언젠가부터 조금씩 그 휴지들을 못본척하기 시작했었다. 그것은 나로 하여금 아무리 '신념과 정의'라지만 그것들을 다 실천 하면서 살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하늘을 우러러 어찌 한점 부끄럼없기를 바랄 수 있을까?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열점 미만이길 ..목표로 사는게 현실적이지 않을까? 따라서 우리는 옳고,그름을 판단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지나치게 어느 한쪽의 <전면적 정당성>을 고집하는 것도 철학의 빈곤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13.> 구조적 빈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여러가지 빈곤의 형태들을 다 극복했다하더라도 즉 각 개체는 매우 합리적 철학에 입각하더라도 그러한 각각의 합리성이 모여서 일단 <복잡계>가 형성된다면 그 합리적 철학의 복합된 결과는 <철학의 빈곤>으로 점철될 수가 있다. 구성주체 각각은 분명히 합리적인 철학에 입각했지만 그것들 간의 '총합'은 철학의 빈곤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각개체의 속성이 근본적으로 왜곡 되어서 라기 보다는 그들이 기반하고 있던 기반 자체가 <복잡계>였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주식시장은 매우 흥미로운 곳이다. 각각의 개별 투자자들은 저마다 합리적으로 행동하지만 그 각각의 '합리성'이 "모인" 주식시장 전체는 매우 뜻밖의 결과를 자주 도출한다.한마디로 예측할 수 없는 <복잡계>이다. 사실 한 둘셋만 모이면 의사소통하기도 쉽고 그들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모두의 합리성도 만들기 쉽다. 그러나 사람이 많아지고 복잡계가 형성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가만히 보면 사람들의 사회 자체가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각개인은 합리적으로 행동하지만 그 개별합리성의 집합체는 그만큼.. 그렇게 합리적이지 못하다. 우린 이사실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따라서 개체인 우리들 각각은 '조금 넉넉한 마음으로..' <복잡계>를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요소들을 각각의 입장에서 차분하게 문제의 원인부터 시뮬레이션을 다시 구성해보면서 이해하지 못할 부분도 이해해 보려는 차분함을 축적 시킬 필요가 있다. 물론 이것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일정하게 희생과 헌신을 요구할 수도 있다. 몸은 복잡하기 그지없는 우물안에 일원으로 살지만 마음만은 저높은 곳 우물밖에서 우물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초능력 개구리이길 요구 당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엄청나게 꼬일대로 꼬인 <복잡계> 하에서는 누구든지 먼저 희생과 헌신성을 발휘하여 <문제를 푸는 개체>가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우리는 특출난 주체의 등장에 대한 소망까지 버릴 필요는 없다. 14.> 철학의 빈곤: 그 영원함 우리는 <철학의 빈곤>에 대해 별로 실망할 필요가 없다. 철학은 원래 늘 빈곤한 것이다. 오히려 철학은 늘 상대적 빈곤 상태 이어야 정상이다. 그래야만 사람들은 그 빈곤을 채우기 위해 생각하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린 감히 철학의 빈곤을 욕할 수 없을지 모른다. 정작 나 자신은 그렇게 흔하게 나타나는 철학의 빈곤들을 다 채웠노라고 감히 말하기는 더더욱 힘들지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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