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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물 안에 핀 화려한 산철쭉 20030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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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 김규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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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3월이다. 만가지 생물이 살아나는 봄이 왔다. 또박또박 돌돌돌 꿈틀거리며 어느새 성큼 다가온 봄 말이다. 봄은 어기적어기적 느릿느릿 제 딴에는 빨리 기어 움직이는 굼벵이가 아니다. 꽃바람에 실려 꽃샘추위 타고 거침없이 온다.
봄은 남쪽에서만 오지 않는다. 색깔만 다르지 북쪽 철조망 사이에도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온다. 동백이 피고 매화가 피는 게 남녘 봄이지 북녘 봄은 새삼스럽다. 오랑캐 바람 지나가면 눈밭·얼음 사이로 빼꼼이 잔짐승이 언제고 나올 태세다. 얼음에 갇혀서도 사람 몰래 준비를 다 끝내버리는 게 북쪽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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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오른 생강나무 싹. 곧 노오랗게 생강내음을 풍기며 피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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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 김규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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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들강아지에 비 떨어져도 스며들지 않습니다. 비내린 다음 가보면 깨물어 먹기 좋게 알이 차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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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 김규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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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전하는 사령은 직접 손으로 만지지 않아도 된다. 코끝에 향이 가볍게 묻어 나기 때문이다. 들릴 듯 말 듯 하던 시내는 암소 쉬하는 소리 마냥 "쏴~" 하며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불어나 얼음장에 붙었다 떨어진 자갈을 굴린다. 내복을 벗어 던져도 되니 발걸음도 가볍다. 밤낮 가리지 않고 산· 들·하늘을 밝게 하니 눈이 확 트인다.
아이들은 새삼 봄 노래 흥얼대고 어깨춤을 추며 걷느라 위로 치솟았다 땅 짚기를 반복한다. 신발 앞 꼭지가 조금 달아진들 대순가? 노인네들은 처마 밑 양지 바른 곳을 찾아 밖에 쪼그리고 앉아 병든 닭 마냥 자올자올 머리를 떨구고 담배 연기에 지난한 세월을 추억해도 좋다. 저 멀리 아지랑이 손짓에 한 번 미친 척 달려가면 뭐 어떤가!
입맛이 먼저 알아차리고 쉰내 나는 깍두기도 신김치도 싫다 한다. 쑥국 달라 돌나물 달라 한다. 두릅나물 차리라 하지 취나물이 향큼하다 난리니 어쩌란 말인가? 머위 어린 싹을 고추장 된장 조금 섞어 휘휘 무쳐 놓으면 봄맞이는 입안에서부터 시작이다. 말린 나물은 그예 질기다 투정, 미나리 파란 싹이라도 올리라 야단이다. 이뿐인가? 보리밭 고랑 사이로도 '볼태기', '독새기' 철만나 움틀 채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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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 안에서 기른 미나리 파란 싹이 돋아났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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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 김규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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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향에 따라 참취, 곰취, 미역취, 울릉도섬취, 산취 골라 드시구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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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 김규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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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위, 머귀, 머우면 어떻습니까? 그 씁쓸한 맛에 입맛이 싹 돌면 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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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 김규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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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땅 속에 묻어둔 무 뿌리도 바람이 설렁설렁 들어가니 국 끓여 봐도 이젠 그만, 조림도 마찬가지다. 봄동나물 날씨 탓하며 노란 배추꽃을 남녘에서 피워 올린다. 제주 가서 땅 속에 묻힌 봄 감자나 캐오면 좋으련만….
버들피리 소리 나면 갯버들 아깝지도 않거니와 보리피리 소리 들리면 고향 들녘 바빠진다. 빗소리에 놀라 개구리 팔짝팔짝 뛰어 한 자리 차지하면 고인 물에 오복이 한 뭉텅이나 알을 까놓는다. 도롱뇽 따라 하다 메밀묵 길쭉하게 썰어 덩이 남겨두고 제 살길 찾아가도 누가 뭐라 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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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산 정릉 계곡에서 발견한 도룡뇽 알. 잘 싸 둬서 큰 비가 내려도 떠내려 가도 뭍에 걸리면 살아납니다. 바닷가로 떠내려 가면 짜서 죽을지도 모르죠. | |
| ⓒ2003 김규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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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란 수탉도 다리가 뜨거워 잠시를 못 버티는 덜 삭은 두엄자리에 황토 흙을 도톰하게 끼얹어 사독(肆毒)하지 않게 고구마 싹 틔워야지, 왕겨에 푹 싸매 둔 감자 숨통 틔워야 한다. 쥐새끼가 씨나락 얼마나 까먹었는가 뒤주 확인하고 못자리에 물대려면 보 막는 날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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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 뜯기러 들로 나가는 아낙의 모습이 정겹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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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 김규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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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갈러 가는 농부 뒤를 졸졸 따르는 송아지가 길을 비켜주지 않는다고 상냥하게 "메에~" 하며 주인에게 따져도 깔끄막 좁은 길 "이랴!" 해야 올라 채니 어미 소와 주인은 '나 몰라라.'
닭 짚둥우리 엮어 얼른 달걀 스무 개 넣어주면 삼월 스무 하루 춘분에 노란 움과 함께 솜털입고 "쏙쏙 쏙" 소리 들릴 테고 사나워진 암탉 앞에선 싸라기 모이와 물 한 모금 부어주는 일 밖에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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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성 본능과 귀소본능이 강한 토종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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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 김규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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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온몸을 유혹하는 봄만 오면 어디고 한 번 나갔다 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미칠 지경이니 필경 봄에는 잠시 봄바람을 쐬고 와야 정신 건강에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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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봄! 봄! 봄이다
Moscow
Re..어이 그리 황송한 말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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