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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결실을 위하여
1년 농사의 시작은 볍씨 고르는 작업에 있습니다. 커다란 통 안에 그 해 분량의 볍씨를 담그고 물을 넣고는 병충해가 잘 견디도록 약을 뿌린 후 잘 저어줍니다. 그리고나서 하루가 지날 때마다 매일같이 물을 갈아주고, 둥둥 뜨는 쭉정이는 걸러냅니다. 이러기를 여러 날, 농부는 충실한 볍씨를 준비합니다. 정말 좋은 씨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러고는 못자리에 그 좋은 볍씨를 뿌립니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진 좋은 모를 내어 모내기를 하지만, 어느 순간 피가 등장합니다. 저희 동네에서는 개구리풀이라고 불렀는데, 흔히 논에 나는 잡초를 말합니다. 보통 이미 모내기 전에 제초제를 뿌렸건만 논바닥 이곳저곳에서 싹트는 피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농부는 모를 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피를 제거하는 피살이를 해야 합니다. 조금만 지나면 어찌나 뿌리를 튼튼히 내리는지 이삭이 패고 나면 그냥 바라만 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추수 날이 되어 다 익은 벼를 탈곡하고 나면, 나락은 부대에 담아 헛간에 쌓이고, 피는 논바닥에 버려져 이른 봄 불태워집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오늘 복음의 이야기와 매우 비슷합니다. 정말이지 ’하느님은 농부이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당신께서 세상에 뿌리신 씨앗들, 창조하신 모든 것들은 그저 ’보시니 참 좋았다’는 환성을 내지르게 합니다. 그렇게 하느님은 정말 좋은 씨앗인 우리를 세상에 뿌리셨습니다. 그런데 그런 좋은 씨앗들로 가득한 세상이건만, 그래서 풍성한 결실을 맺어야 하건만, 왜 그리도 세상은 풍성함보다는 가난이, 기쁨보다는 고통이 더 막연하기만 하는지....하느님께서 첫 단추는 잘 끼우셨는데 어느 순간 그리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원수 탓하기에는 우리 각자의 잘못이 너무 큰것 같습니다. 우린 각자를 통해서 이루실 하느님의 뜻보다도 내가 편하고 내가 즐거운 것만을 찾아 헤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피(잡초)가 쓸모없는 것으로 볼태워지는 것처럼, 가난과 고통은 극복되고 기쁨과 행복의 나라가도래해야함은 당연지사일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 세상 보여주려고 십자가에서 목숨 걸었습니다. 스승 따라서 나도 그러겠다고 다짐해봅니다. 목숨 건 사랑... -정유진 마태오 신부/천주교전주교구 호성동교회보좌 2002.7.21일자 빛두레에 나와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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