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1
내 곁의 시 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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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1 |
| 배창환 |
앞만 보고 뛰던 시절에는
앞으로 가는 길만이 길이었고
나머지는 풍경이었는데
추석 아래 고향 뒷산 조상님 산소 갔다 오고부터
내게 길이란 따로 있지 않고
만들어 가면 곧 길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산을 지나와야 산이 보인다던데
낫으로 억새를 치고 막아서는 잔가지를 잘라 나갈 때는
내가 산을 오르고 있다는 사실도 잊고
마구 지우고 쳐내며 앞으로 치달아나갔는데
등성이에 서니 저 아래 숲 새로
사람들이 지나간 길이 뒤따라 올라왔다.
우물을 파고 땅 돋워 서까래 얹어 집 만들고
들판을 쪼개 만든 크고 작은 길들
그 길에 얼마나 많은 바람이 지나가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바람 앞을 지나갔던가
먹고살려고 보따리 싸고 짐 이고지고 오고가고
빼앗고 빼앗기는 싸움터로 창을 들고 지나갔던가.
오늘은 길 내지 않고도 물 한방울로
나는 그 길까지 단숨에 갈 수 있다.
이 산등성이서 몸을 낮추고 물방울 따라
풀섶이나 관목 큰 솔뿌리 적시며 흘러
비껴서는 계곡 바위 웅덩이 작은 돌이끼 지나
수천년 봉답 삿갓논 물꼬 타고 내려오면
양지녘에 어김없이 사람 사는 마을이 있어
그 길 따라 가면 닿는 길 사람들이 만든
그 길, 끝도 없이 이어진 작은 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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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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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 피는 봄날에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