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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에게
-구 수 경- 그대 K 여. 그대는 보았나요. 망망대해 가운데 홀로 반짝이는 등불을. K여. 그대는 들었나요. 주체 못하고 뛰는 심장의 고동소리를. K여 . 당신은 아시는지요. 사랑이란 이름이 주는 쓰디쓴 고통의 약을 K여. 당신은 아시는지요. 한낱 사치스런 감정이 나의 정신을 헤집고 다니는 것을. 손필드 고요한 대저택에 울려퍼지는 로체스타의 열렬한 사랑고백과 같은 음성이 내 곁에 다가와 살포시 내 어깨를 어루만져 주길 원하는 저의 어리석음을 아시는지요. 지나가면 굴러다니는 길거리 무수한 낙엽처럼, 스쳐가는 바람과도 같은 것을 그것을 통해 작은 나의 외로움 속에서 탈출하려는 나의 포근한 복수를 누르려 힘겨워하고 있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나는 무엇이 고민되어 이것을 버리지 못하고 유혹에 얽매이는지요. K여. 그대는 보았나요. 사랑이란 진통을 겪는 산모의 아픔을. 어미의 젖가슴 사이에 얼굴을 묻고 숨쉬는 자식을 사랑하느라 허리가 굽는 그녀의 고통을. K여. 그대가 진정 고통을 안다면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오. 한밤중 작은 불빛만을 친구하고 그대에게 이 시를 적어 바치는 여리고도 질경이와 같이 강한 여인의 마음을 아시는지요. K여. 나는 알고 있답니다. 내 머릿속 무수한 글자들이 이루어내는 이 문장들이 가차없이 깨져버릴 푸른 청자와도 같을 것을. 하지만 나는 나 자신에게 솔직하고 싶어 머리를 쥐어 뜯습니다. 나를 달래줄 이는 그대 K 뿐입니다. K여. 백번 천번 불러도 그대의 이름은 내 손안에서 내 풍요한 가슴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그대이름 부를 때 나 생각합니다. 사랑해도 이별해야하는 이들의 낙화와도 같은 마음을 안다 감히 말할 수 있다고. K여, 그대는 이런 사랑을 해보았는지요. 가슴에 설움이 벅차올라 눈물이 폭포수 되어도, 가슴에 사랑이 끓어올라 소리치고 싶은 입을 손으로 틀어막아도 이룰 수 없는 사랑 앞에 무릎꿇는 무고한 시인들과 나는 무엇인지요. 이리해도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나는 할 수 있을까요. 사랑이란 무얼 말하고, 나를 어떠한 향기로 뒤덮어 시간이 내 몸을 휩싸고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일까요. 시간이 지나면 다 잊혀질 지금의 순간들이 마냥 슬프기만 합니다. 그리고 시간을 핑계삼아 못난 저를 위로합니다. K여. 나는 그대에게 바치렵니다. 진주와 같은 빛깔로 다듬어진 순백의 고결하고 우아한 사랑의 마음을. 천박하지 않고 , 기품 흐르는 사랑의 마음을. 이러한 사랑의 마음을 간직하고픈, 아름다운 여인이고 싶은 나를. 그대 아래 묻히고 싶은 나를. 지금 이순간.. 고뇌하는 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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