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체가 그리스도의 진정한 몸과 피라고 한다면 그것은 감각적인 방법을 통해서 인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요, 이성의 방법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신앙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이고 하느님의 지극히 권위있는 증거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이다. 성체 안에 진정으로 그리스도가 계시다면 그것은 진정으로 최고 적절한 것이다. 왜냐하면, 첫째로 만일 구약의 율법에 있어서 희생제가 그리스도의 예형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면 신약의 완전한 희생은 그리스도 그분을 실제로 내용으로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둘째로 만일 그리스도가 인간들과 함께 있기 위하여 육화하셨다면 천상에로 되돌아 가시면서 그분의 육체적 현존이 결핍될 수 없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셋째로 만일 신앙이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것이라면 그리스도 신앙의 완전함은 다만 신성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의 인성마저도 감추어져 있어야 함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체 안에 그리스도 께서 진정으로 계시지 않고 다만 예를 들어 모형이나 상징만으로 계시다고 말한다면 이단(異端)을 주장하는 것이 된다.
2. 그리스도가 성체 안에 현존하시기 위하여 천상을 버려둘 수 없다. 그러므로 빵과 포도주가 천상에 계신 그리스도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의 현존은 실현화 될 수 없다. 그리고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로 변화한다면 성체 축성 이후엔 더 이상 빵과 포도주의 실체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 축성기도문, 신자들의 성체흠숭, 교회의 예절이 자리잡고 있다.
3. 그러므로 만일 빵과 포도주가 축성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실체로 변화한다는 것이 결론이라고 한다면, 빵과 포도주, 혹은 본래의 재료의 분해라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변화는 백지화나 구성 요소의 분해가 아니기 때문이다.
4. 빵과 포도주의 실체에서 그리스도의 실체에로의 변화나 또는 전환은 자연적인 원인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자연적인 변화가 아니다. 왜냐하면 자연적인 원인들은 단지 사물의 새로운 모습만을 가져다 줄 뿐이지 온전한 질적 변화를 가져다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 변화는 하나의 초자연적인 변화로서 무한한 능력을 지닌 까닭에 사물을 온전히 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하느님에 의해서 작용되는 것이다. 이러한 실체의 변이과정을 고유한 명칭으로 실체 변화라고 한다.
5. 그러나 감각이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는 것처럼 실체 변화 이후 어떤 비본질적인 것이 남기 마련이다. 즉 빵과 포도주의 겉모습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현명한 안배하심이다. 그렇지 않다면 첫째로 우리는 인간의 살을 먹고 인간의 피를 마시는 공포를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믿지 않는 사람들이 우리를 조롱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로 우리들의 신앙은 어떤 공로도 지닐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6. 비록 빵과 포도주의 어떤 비본질적인 것 혹은 감각적 외형이 남는다 할지라도 실체적 형상이 남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형상은 질료와 더불어 그 실체를 형성하고 빵과 포도주의 전(全) 실체는 예수 그리스도의 실체로 전환하는 까닭이다. 만일 빵의 질료만 전환되고 형상은 그대로 남는다고 한다면, 하나의 분리된 형상, 즉 하나의 천사일 것이고, 그것은 인지될 수 없는 것이다.
7. 실체 변화는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빵은 본래적 변화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도 그렇고, 그리스도의 실제적 현존이 단계적으로 커지는 것도 아닌 때문에도 그렇다.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무한한 능력이 작용하는 까닭이다.
8. "빵으로부터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거짓이 아니다. "...으로부터"라는 조사는 마치 하느님께서 세상을 "무로부터" 창조하셨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 출발점을 나타낸다. 또 빵이 성체의 질료라는 것은 마치 축축한 공기로부터 물이 형성된다고 말할 때와 같은 의미다. 왜냐하면 빵에 어떤 무엇이 남아 있는데, 이것은 정확하게 자연적인 변화에 있어서처럼 주체나 또는 질료가 아니고 단지 비본질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빵이 그리스도의 몸이 되기 위해 본성적으로 정향되어 있다는 것은 거짓이다. 그러므로 "빵이 그리스도 몸이 될 수 있다". 또는 "빵과 더불어 그리스도의 몸이 이루어진다"고 말할 수는 결코 없다. 왜냐하면 이런 문장들은 자연적인 변화를 위해서 사용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장을 사용함에 있어서 그 의미를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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