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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태사묘정비(三太師廟庭碑)

高麗三太師廟庭碑」
聖上四年甲子之春羲淳忝叨巡按行至本府虔謁于廟循階而趨撫牲石而讀其文慨然歎曰昔所謂記實而徵於後者止於斯而己耶何其」
謬戾之多而踈略之甚也竊甞聞夫子之言曰夏殷吾能言杞宋不足徵也文獻不足故也足則吾能徵之矣文者何史乘是己獻者何賢者」
之謂也夫前代之事史詳之旣詳之而猶復待賢而後徵者何良史不恒有而躛言異說又紛然莠紫之亂矣故必折衷於賢者之言然後爲」
可信信而後爲可徵今去羅麗之際盖千有餘年史氏鹵莾不明不信而偏私割裂各主所聞夫以　三太師之同德比義均有大功而甲乙」
之論不勝其異張許子弟之譏殆其近之矣豈不惜哉謹按退溪李文純公三功臣廟記略曰安東爲府肇於麗初而府司之中有廟以祀麗」
太祖功臣三人焉曰金公宣平權公幸張公貞弼也府本新羅吉昌郡也三公羅人也當太祖之討甄萱也三公以郡佐太祖而有甁山之捷」
義聲由是大振一境以全而王業以成斯可謂有大功於麗氏有大德於郡民宜乎麗祖賞其功而有大匡大相之拜又陞郡爲府也府民思」
其德而立廟虔祀至于今七八百年而不替也雖然麗史旣不爲三公立傅三公之事蹟見於史誌譜牒者殊略而或有異同焉史氏謂金公」
爲吉昌城主則降麗之謀宜若出於金公而反出於權公勝覽記㳂革則謂三公皆爲郡人而泛稱佐太祖有功而己記人物則謂權公守吉」
昌而倡降麗其不同有如此者至如四佳徐公序權氏族譜又謂降麗之事在麗祖與萱相持之後若據史氏之文則甄萱未圍吉昌之前吉」
昌己降於高麗矣況是役也去萱入都麗祖赴救之日己三年矣徐公乃指爲一事何耶愚甞合數說而反覆籌之以爲三公皆是郡人投爲」
城主者金公也倡降麗則權公也而二公與張公皆有助戰之功故麗王於此賞投降則賜姓以寵權公論戰功則從重而首金公而其授功」
臣之號則三公所同也故就府地而錫土田俾之世食其入焉又曰自古當國家潰亂之秋守土之臣有死無貳正也安有以地迎敵因以爲」
功而謂之權哉今以此而論三公之事不無可疑而猶有少可諉者以其所迎者非吾之讐實乃救我者也何也當是之時羅運欲訖眞王龍」
興而逆萱之勢滔天卒之我虐君父瀆亂宮闈極天下古今之惡雖以麗王之奉辭伐罪反不利於桐藪憑陵兇威列城莫抗不降則走矣羅」
朝君臣坐待滅亡之不暇而其所藉而緩須㬰之命者獨有麗王之救兵耳若是而爲三公▨膠守一節拒麗而死萱則是不共戴天之讐終」
無以雪而身與國偕亡故決策降麗以討君父之賊蹙之於一戰而羅都迤北遂弭楚氛之虞此麗祖之所謂權而愚所謂可諉者然也其始」
之以地降麗雖未若守人臣之義於當日其終之迎救討賊猶有以激忠義之心於後來斯豈非古之所謂鄕先生沒而可祭於社者歟後之」
人倘或遭時之變國非亡羅賊非逆萱師非麗正而曰我欲行權而降賊則王法之所不容▨又不可以不知者也先生東方之大賢也其所」
以蔽史牒之傅疑辨經權之奧義者可謂千載之斷案則彼泥泥於主客先後之論而不復知有公議者果何如也此愚所以立碑而新之一」
就正於先生之言而不自知其僭且妄也第竊觀先生之於降麗討賊之事反復討論終之以激忠義於來後者猶有所引而不發者盖甞論」
之甄萱君讐而必討者也麗王與國而存我者也當是時復讐之義爲大移事之節反輕張良韓臣也秦爲之仇焉則與楚而欲報之楚反爲」
之仇焉則又歸於漢而報楚仇古今尙論之士不以尤而大其忠義三公之事何以異於是哉然則世之論三公者輒稱佐麗之功而其於降」
屈其身討雪君讐之苦心血忠則未有以揚厲闡發之者愚於是乎深有感於先生之言而特書之以俟後世之公議焉」
崇禎紀元後三乙丑八月十二日」
金太師裔孫嘉義大夫慶尙道觀察使兼兵馬水軍節度使巡察使大丘都護府使羲淳謹記竝書」



삼태사묘정비(三太師廟庭碑)

성상(聖上) 4년인 갑자년(순조 4, 1804년) 봄에 김희순(金羲淳)이 외람되게도 순안사(巡按使)가 되어 본부에 와서 경건히 사당에 배알하고 뜰을 따라 거닐다가 생석(牲石)을 만지며 그 글월을 읽고 나서 개연히 탄식하기를, 옛날에 이른바 사실을 기록하여 후세에 알린다는 것이 이것뿐이란 말인가. 왜 이렇게도 틀린 것이 많고 이렇게 소략할까. 일찍이 공부자(孔夫子 : 공자)의 말씀에 이르기를, ‘하(夏)나라와 은(殷)나라의 예에 대해서는 내 말할 수 있으나, 기(杞)나라와 송(宋)나라에 대해서는 고증할 수 없는 것은 문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넉넉하다면 내 징험할 수 있으리라.’ 고 하였는데 문(文)이란 무엇인가? 사승(史乘)이 그것이요, 헌(獻)이란 무엇인가? 현자(賢者)를 말한 것이다. 대개 전대의 일이 역사에 자세히 기록되었는데 이미 자세하지만 그래도 다시 현자를 기다린 뒤에 징험하는 것은 왜 그런가? 양사(良史 : 좋은 역사 기록)는 항상 있는 것이 아닌데다 틀리고 다른 말들이 또 분연하여 유자(莠紫 : 곡식의 싹이 아닌 가라지 싹과 정색(正色)인 붉은 색이 아닌 간색(間色)인 자주색을 뜻하므로 올바른 것이 아님을 비유함)가 어지럽게 섞여 있으므로, 반드시 현자의 말로 절충된 뒤에야 믿을 수 있고, 믿게 된 뒤에야 징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신라·고려까지는 대개 천년이 넘는데 사씨(史氏)가 노무(鹵莾 : 무디고 거침)하고 현명하지도 미덥지도 못하며, 치우치고 분열되어 각기 자기 소견만을 주장하였다. 대개 세 분 태사(太師)의 같은 덕(德), 같은 의(義)로 같이 큰 공이 있었는데도 갑과 을의 말이 너무나도 다르니 장허(張許) 자제들의 조롱이 거의 그러할 것 같으니 어찌 애석한 일이 아니겠는가.
삼가 퇴계(退溪) 이문순공(李文純公)의 삼공신묘기(三功臣廟記)를 안찰해보니 대략 이르기를 안동(安東)이 부(府)가 된 것은 고려 초의 일인데 부사(府司 : 부의 관청) 가운데 사당이 있어 고려태조의 공신 세 사람을 제사지내니 김선평(金宣平)·권행(權幸)·장정필(張貞弼) 공이다. 부(府)는 본래 신라 고창군(古昌郡)이었고, 세 공은 신라사람이었다. 태조가 견훤을 칠 때 3공(三公)이 군(郡)을 근거지로 하여 태조를 도왔으므로 병산(甁山)의 승리를 거두었다. 그로 인하여 의로운 함성이 크게 떨쳤으며 한 지역의 경계가 온전하여 왕업을 이루었으니 이는 가히 고려(高麗)에게는 큰 공이었고 군민에게는 큰 덕이 있었다고 할 만한 일이다. 고려 태조가 그들의 공(功)에 대하여 상을 주어 대광대상(大匡大相)을 제수할 만 하였고, 또 군(郡)을 승격시켜 부(府)로 만들었으므로 부민(府民)들이 그의 덕을 사모하여 사당을 세우고 경건하게 제사를 지낸 지 7~8백년이 된 지금까지 폐하지 않았던 것이다.
비록 그렇기는 하나 고려사에 이미 3공을 위하여 전기를 만들지 않았으므로, 사지(史誌)나 보첩(譜牒)에 나타나는 3공의 사적이 너무 소략하며 혹은 틀린 데가 있다. 사씨(史氏)가 말하기는 김공(金公 : 김선평)이 고창성주(古昌城主)였다고 하니, 고려에 항복하는 계책은 김공에게서 나왔어야 옳은 것 같은데 도리어 권공(權公 : 권행)에게서 나왔다고 하였다. 승람기연혁(勝覽記㳂革)에는 3공이 모두 군인(郡人)이다 하고는 태조를 도와 공이 있었다고만 범칭하였고, 인물을 기록함에는 권공이 고창(古昌)을 지키다가 고려에 항복할 것을 주장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틀린 데가 있는데다 사가(四佳) 서공(徐公 : 서거정)이 쓴 권씨 족보의 서문에 이르기를 고려에 항복한 일이 고려의 태조가 견훤과 상대하던 뒤의 일이라고 하였는데, 만약 사씨(史氏)의 글에 따르면 견훤이 고창(古昌)을 포위하기 전에 고창이 이미 고려에 항복했던 것으로 된다. 하물며 그 일은 견훤을 떠나 도성에 들어가 고려 태조를 가서 구해준 지 이미 3년이나 되었는데도 서공이 그것을 한 가지 일로 지적한 것은 무슨 일인가?
내가 일찍이 여러 설을 종합하여 헤아려보니 아마도 3공이 다 군인(郡人)으로서 성주(城主)는 김공(金公)이었고 고려에 항복할 것을 주장했던 이는 권공(權公)이었는데, 두 공이 장공(張公)과 함께 같이 싸움을 도운 공이 있으므로, 고려왕이 이에 대하여 상을 주었다. 그리고 투항한 것에 대해서는 성(姓)을 내려주어서 권공(權公)을 총애하였다. 전공을 논하면서는 그 중요도에 따라 김공(金公)을 수위로 하였으나, 그 공신의 호를 주면서는 3공을 똑같이 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안동부의 땅에다 토전(土田)을 주어 대대로 그 수입으로 먹고 살게 하였던 것이다.
또 이르기를 예부터 국가가 붕궤되어 혼란한 때를 당하면 땅을 지키는 신하가 두 마음 없이 죽는 것이 올바른 길인데, 어찌 땅을 가지고 적을 맞아들여 공으로 삼는 것을 권도(權道)라고 할 수 있으랴. 지금 그것을 가지고 3공의 일을 따지자면 의심나는 것이 없지 아니하다. 오히려 조금 핑계를 댈 수 있는 것은 그가 맞아들인 자가 자기 원수가 아니라 사실은 자기를 구원해 준 자이다. 왜냐하면 그때는 신라의 운이 다하여 진짜 왕이 새로 일어나는 때인데, 역적 견훤의 세력이 하늘을 뒤덮다가 마침내 군부(君父)를 해치고 궁중을 더럽히고 어지럽히는 등 천하고금의 악이 극도에 달하였다. 비록 고려왕의 명을 받들어 죄인을 토벌하였으나, 도리어 동수(桐藪 : 현재의 대구 팔공산 동화사 부근)에서 불리하였으며, 세력을 믿고 침범한 흉적을 여러 성에서 막지 못하였고, 항복하지 않으면 도망을 갔다. 신라 조정의 군신들이 앉아서 멸망되기를 기다릴 수만은 없었고, 이 위기를 넘기려면 고려왕의 구원병만이 있었을 뿐이었는데, 그렇게 되었을 때 3공들이 한갓 절의만을 교수(膠守 : 융통성이 없이 집착하여 지킴)하여 고려왕에 항거하다 죽었더라면, 견훤 즉 그 불공대천(不共戴天)의 원수를 끝내 설욕할 수 없고, 몸만 나라와 함께 망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계책을 결정하고 고려에 항복하여 군부(君父)의 적을 토벌하고 일전(一戰)으로 기를 꺾어, 신라도성 북쪽에서 마침내 초분(楚氛 : 나쁜 기운)의 악을 멸하게 하였다. 그것이 고려 태조가 말했던 권(權)이란 것이요 나도 그렇다고 말할 것이다. 그가 처음에 땅을 가지고 고려에 항복한 일은 비록 인신으로서 의리를 지키지 못했던 것 같으나, 끝에 가서는 구원병을 맞아들여 적을 토벌했던 것이 오히려 충성스럽고 의로운 마음을 격발시킬 수 있었다고 할 때, 후세에 그것이 바로 옛날에 이른바 향선생(鄕先生)이 죽었지만 사(社)에서 제사지낼 만하다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후세 사람들이 혹시 시대의 변을 당하더라도, 나라가 망한 신라가 아니고, 역적 견훤의 장수(將帥)가 아니고, 고려의 정군(正軍)이 아니면서도 이르기를 “내가 권도로써 적에게 항복하려 한다.”면 왕법에 용납되지 못할 일이니 그것을 또 몰라서는 안 될 일이라 하였다.
선생은 동방의 대현(大賢)으로서 역사와 보첩에 전래된 의심된 것을 정리하고 경(經)과 권(權)의 깊은 뜻을 논변한 것은 천대에 이르도록 변하지 않을 판단이라 할 수 있다. 저 주객선후의 논리에 집착되어 공의(公議)가 있는 것을 전연 모르는 자들을 과연 어떻다고 할 것인지. 그 때문에 비를 세워 새롭게 하면서 한결같이 선생의 말씀을 옳은 것으로 취하였다. 그러나 참람하고 망령된 일일지도 모르지만 다만 가만히 살펴보면 선생이 고려에 항복하여 적을 토벌했던 일을 반복하여 토론하여서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충의를 일깨워 주려는 것으로 끝맺음하려 함에, 오히려 인용한 것에 충분히 밝히지 못한 것이 있다. 이미 논하였듯이 그때 상황을 말하자면, 견훤은 신라 임금의 원수로서 꼭 토벌해야 할 사람이었고, 고려왕은 신라를 도와 자기를 구원해준 사람이었으므로, 그때를 당해서는 원수를 갚는 의가 중대하고 불사이군(不事二君)이라는 절개는 도리어 경미했던 것이다. 장량(張良)은 한(韓)나라의 신하인데, 진(秦)나라가 한(韓)나라를 무너뜨려 한(韓)나라의 원수가 되었을 때는 초(楚)나라와 동맹하여 원수를 갚으려 했고, 초(楚)나라가 도리어 원수가 되자 또 한(漢)나라에 들어가 초나라에 대한 원수를 갚았는데도, 고금에 상론하는 선비들이 흠잡지 않고 그의 충의를 크게 여겼는데 3공의 일도 무엇이 그와 다르랴. 그렇다면 세상에서 3공을 논하는 자들이 다만 고려를 도왔던 공만을 일컬어왔을 뿐이니, 그 자기 몸을 굽히어서 항복하여 임금의 원수를 토벌하여 설욕했던 괴로운 마음과 피나는 충성에 대해서는 들추어내서 발명하는 자가 없었다. 내 거기에서 선생의 말씀에 깊은 느낌이 있어 특별히 써서 후세의 공의(公議)를 기다리려는 것이다.

숭정기원후 세 번째 을축년(순조 5, 1805) 8월 12일
김태사(金太師) 예손(裔孫) 가의대부(嘉義大夫) 경상도관찰사(慶尙道觀察使) 겸 병마수군절도사(兼兵馬水軍節度使) 순찰사(巡察使) 대구도호부사(大丘都護府使) 김희순(金羲淳) 삼가 기록하고 아울러 글씨를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