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ject		Carlos Schwabe &	2005/01/30

  

Death and the Gravedigger ( Carlos Schwabe)

산역꾼이라고, 땅을 파고 무덤을 만드는 일을 업으로 가진 노인이 눈이 쌓여 있는 땅을 열심히 팝니다 
그 일을 하던 중 이 노인은 자신의 영혼을 가져가는 죽음의 사자를 만나는 장면일텐데요 
  
난 이 그림을 보자마자 그 초록빛에 먼저 매료되었습니다. 
손에 또 목의 그 초록빛도 그렇거니와 벨벳같은 그녀의 의상과 그 색의 깃털에 말이죠 
그 예리하게 뻗은 모양과 그녀의 앉은 포즈와 손의 포즈며 그녀의 표정까지 
그리고 이 한순간의 노인과 사자의 강한 눈맞춤의 긴장감이 말이죠 
  
색을 이미지화할 때 흔히 그 색이 갖는 느낌이 있습니다 
노랑이라하면 유치원 아이들이 먼저 떠오르듯이 그 색은 그렇게 아이들처럼 
밝고 가볍고 명랑함을 준다고 말할 수 있지만 
한편 우리의 아이들이 늘 그렇게 동심의 천진한 모습만 보이지 않듯이 
천진과 순수보다는 유아기의 통하지 않는 고집스러움이라거나 유치함으로 비춰질 때도 있으니 
노랑 또한 그런 색의 다른 얼굴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제게 이 초록이 일반적으로 느꼈던 초록이미지라기보다는 
그 이면의 초록 느낌을 갖게했다는거죠 
  
팜므파탈같은 이 죽음의 사자와의 눈맞춤이라니... 
팜므파탈. 그녀가 악녀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녀에게 빠지고픈 강한 유혹을 느끼듯이 
살면서 문득문득 죽음을 유혹처럼 느끼던 순간이 있었음직한 이 노인에게 문득 찾아온 죽음의 순간 
숨이 넘어갈 때의 당황과 놀람은 확대된 동공과 쫙 벌린 손이 말해준다지만 
그 순간이후 몇초가 되었을 지도 모를 그 다음순간은 오히려 반전의 느낌이 있는데 
그 느낌은 제 주관적 느낌인지는 몰라도 
이 화가의 다른 그림 Spleen and Ideal 에서처럼 이 뒤엉킴의 순간이 
그녀의 시선과 노인의 시선에 빠지직 타오릅니다 
아니면 이주헌님의 글에서처럼 불평등에서 평등으로의 전이에 대한 환희랄까.. ㅎㅎ 

  
한번 온 이상 인생은 이처럼 끝내 가야만 하지요. 
죽은 이들의 뒷바라지를 하며 죽음에 충성해 온 노인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게 예외가 없다는 데서 죽음의 궁극적인 평등성을 봅니다 
세상 만사가 불평등하다고 불평하는 인간들이 이 평등 앞에서는 왜 찬사를 늘어놓지 못할까요? 
어쩌면 인간 내면의 모든 불안은 존재의 사멸을 가져오는 죽음뿐 아니라 
살아서는 평등이 없고 평등이 오면 존재가 사라져야 하는 
그 근원적인 모순에도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 이주헌   
  
   



Spleen and Ideal (Carlos Schwabe)
  
그런데요 이렇게 가는 자 말고 남겨진 자가 늘 안스러운 법. 
노인의 아내일 것 같은 그림에 제가 좀 숙연해집니다 
기도하는 노파의 얼굴은 우리내 할머니의 얼굴에서 정말 많이 봐온 표정입니다 
대개 이 그림만 놓고보면 그녀의 기도를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그런 소박한 일상에 대해 
늘 감사하는 그 감사의 기도로 보지만 어째.. 노인의 아내가 되어 기도한다고 보니 
뭔지 모를 일어날 불안감에 기도하고 있는 듯이 보이네요 
  
  
 


  
Old Woman at Prayer (Nicolaes Maes) 
  
  
  
할머니를 향해 놓여진 테이블위의 칼이며 테이블보를 잡아당기고 있는 고양이며 
고양이의 손톱이 위의 그림 죽음의 사자 손같고 
또 할머니의 포정도 마냥 평온한 감사의 기도가 아닌거 처럼 보입니다 
아내는 남편을 위해 이런 기도를 하고 있건만 어찌 할아버지의 시선은 활홀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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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an Walters(England 1935 - 1999)
2005/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