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시카고에 있는 ‘레이크 쇼어 도로’는 세계에서 가장 경치 좋은 도로로

불리기도 하지만 S자 커브가 많아 사고가 많기로도 유명합니다.

아름다운 경치에 빠져 규정 속도나 차선을 깜빡하는 운전자가 많기 때문입

니다. 고민 끝에 시 당국은 운전자들의 감속을 유도하기 위해 커브가 시작

되는 지점에 흰색 선을 그려놓았습니다.

이 선의 앞쪽은 간격을 고르게 하고 커브로 갈수록 간격을 좁게 그려서 운

전자들로 하여금 속도가 증가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해서 본능적으로

속도를 늦추도록 유도 합니다. 또한 암스테르담 공항 남자 화장실의 소변기

에는 ‘화장실을 깨끗이 이용하세요’ 라는 말이나 ‘한 발짝 더 다가서 주세요’

라는 문구 대신 파리 모양의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이렇게 스티커를 붙여놓는 것만으로 변기 밖으로 떨어지는 소변량의 80%가

줄었다고 합니다. (우리회사는 그렇게 하여 90%가 줄었다고 하지요)

이렇게 어떠한 금지 조항이나 강요 또는 인센티브가 없이도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즉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힘을 ‘넛지(nudge)

효과’라고 합니다. ‘옆구리를 쿡 찌르다’ 또는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라는

의미인 넛지(nudge)는 부드럽고 은근하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간섭하

는 것을 말합니다.

미국의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 교수가 공동 저술한 『넛지 :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이란 책에서 시작된 개념입니다.

벌금이나 명령, 강압, 억지력과 같은 방법이 아니라 은근한 설득을 통해서

사람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되 선택의 자유는 여전히 개인에게 부여

하는 것입니다.

넛지는 우리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도로를

다니다 보면 생태터널(Eco-bridge) 앞에 “동물들이 지나가고 있어요”라고

쓰여있는 것을 가끔 보게 됩니다. “경적 금지”라고 강제한 것보다는 훨씬

기분이 좋고 또 설득력도 있습니다. 폐암으로 숨진 코미디언 이주일씨의 공

익광고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라는 한마디가 전국에 금연 열

풍을 일으키게 한 것도 넛지효과입니다.

단지 ‘내일 투표하실 건가요?’라는 질문만으로 실제 투표율이 올라가고 ‘향

후 6개월 내에 새 차를 구입할 계획이 있습니까?’라는 설문조사만으로 신차

구매율이 35%나 높아진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이처럼 넛지에는 부담도 없고 경직됨도 없으며 대결과 갈등이 없이도 상대

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습니다.

강압, 명령, 지시 등 사무적이고 형식적인 응대에 익숙한 우리들의 일상에

넛지를 기억하고 잘 활용해 보았으면 합니다.

은근히 상대방의 옆구리를 찌르며 기분 상하지 않게 자신의 의도대로 상대

가 ‘똑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