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답답한 남편
이사온지 벌써 2개월이 흐르고 있다. 두 달 사이에 계절도 바뀌고 지금은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이사를 하고 계절이 바뀌도록 집안정리가 아직도 되지 않은 집이 또 있으랴..... 남들은 정리가 아주 잘 되었다고 하지만 성격탓일까? 내 눈엔 아직도 어수선하다. 마치 얼마 후면 이사나갈 집처럼..... 서랍, 옷장, 씽크대와 같은 내부정리는 얼추 끝난것 같은데 아직도 정리가 되어있지 않은것 처럼 생각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못을 박아야 액자며 사진, 시계를 벽에 걸지..... 내 남편은 집안일을 너무도 못한다. 남자가 왠 집안일이냐구? 집안에서도 남자의 몫이 따로 있지....하지만 우리 답답한 남편은 남들 다하는 집수리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런데, 설겆이는 참 잘한다...) 그렇다고 시키지 않으면 더욱더 못할 것 같아 이사한 뒤로 맘먹고 시켜보기로 했다. "자기야~~~ 여기 못좀 박아줘여~~" "거실이랑 아이들 방에 형광등좀 갈아줘여~~" "에어컨 구멍을 너무 크게 뚫었나봐요. 장마시작되면 비가 들이치니까 그 전에 구멍좀 막아줘여....." "신발장 문좀 고쳐줘여....." "컴퓨터 거실로 내다주세요..." "베란다에서 물이 새요....." 남편과 얼굴 마주칠 때마다 부탁했던 것인데 하나도 해 준 것이 없다. ※못? 못좀 박으라고 했더니 못을 가져오란다. 그리고 망치도 가져오란다. 매사가 그렇다. 뭣좀 부탁하면 모든 연장을 대령해야 행동을 하니... 일단 못을 박기 시작하는데 영~~ 서툴다. "비켜봐욧!" 쿵쾅! 쿵쾅! 결국 내가 하고 말았다. ※그다음엔 형광등! 형광등 사이즈까지 다 재서 사다 놓았더니 이것도 일주일만에 나의 잔소리 듣기싫어 간신히 손을 댓는데..... 형광등을 씌우는 덮개를 그만 깨뜨리고 말았다. "관두세요!" 다음날 새로운 덮개를 구입하여 의자 받쳐놓고 내가 새로 달았다. ※에어컨 구멍!! 그 틈을 어떻게 막냐면서 이미 뚫어진 구멍을 뚫어져라 바라보기만 하는 남편. "실리콘이라도 사다가 막아보세요....." 방법까지 알려줬더니 2주만에 실리콘을 구입한 뒤 창고에 쳐박아 두고 깜깜무소식.... 목마른놈이 우물을 판다고....(이 상황에 맞는 말인가???) 이것도 결국 내 손으로 막고 말았다.ㅠㅠ ※망가진 신발장 문!! 어쩔려구 드라이버와 연장을 스스로 챙기더니 캔맥주 하나 벌컥벌컥 마시고 팔까지 걷어 부친뒤 신발장 문을 손보기 시작한다. (흠... 역시 집안엔 남자가 있어야 돼....흐믓~~) 흐믓한 맘으로 남편이 좋아하는 냉커피를 맛있게 타서 남편에게 다가갔다. 아직 고쳐지지 않았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고치고 있는 남편의 모습이 너무도 멋지다. "시원하게 마시고 하세요...." 라는 말을 뒤로한채 윗층 아줌마집으로 자랑하러 마실을..... 한 시간은 앉았다 왔을까? 집으로 돌아와 보니 아직도 만지작 거리고 있지 않은가!! (그럼 그렇치....) "이리 줘봐요!!" 쪼무락 쪼무락.... 내 참~~ 이렇게 간단한걸 비지땀 흘려가면서 한 시간 이상 붙들고 있다니... 머리가 나쁘면 손, 발이 고생한다는 말이 맞는 말인것 같다. 내 남편이 꼭 그렇다. 잠시나마 남편의 늠늠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 그것으로 만족하자! 그런데...저... 여자 맞지요??????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