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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의 한적하고 긴 계단길
변두리의 한적하고 긴 계단길 장석주 능소화 넝쿨에 막 벙근 꽃 두어송이, 보랏빛 그늘에는 저를 꽃으로 착각한 듯 고장난 라디오 한대가 생뚱맞게 피어 있다. 꽃은 제가 꽃인 게 기분좋겠지만 설마 그늘도 제가 그늘인 게 좋을까. 때때로 나도 내가 나인 게 싫다. 풍맞은 남자가 계단 아랫길을 천천히 걷고, 한낮 햇빛이 느리게 피어나는 걸음마다 아주 잘했어요 ! 하고 도장을 꾹꾹 찍고 있었다. 담장 위에 나타난 검정 고양이가 담장 너머로 홀연히 사라졌다. 환각이었나, 할 만큼 짧은 순간, 능소화 꽃이 하늘하늘 떨어져 내렸다. 삼라만상에 기운이 꽉 차 있으니, 막 피어나고 움직이는 것은 다 황홀하구나 ! 안드로메다 성운에 속한 별에서 오는 별빛 중에는 아직 지구에 도착하지 않은 것도 있다고 한다. 변두리의 한적하고 긴 계단길 옆, 꽃과 그늘 사이에 멈춰 서 있었던 건 나도 무언가로 피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록키님!! 추석 잘보내셨지요? 건안하심에 반가운 인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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