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학십도_聖學十圖

『성학십도』는 어떤 책인가? -

『성학십도』는 퇴계가 68세 때, 17세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른 선조를 위해 지은 책이다. 당시 노학자였던 퇴계는 그의 심혈을
기울여 유학의 요체(要諦)를 설명했다. 즉, 선조가 성군(聖君)이 될 수 있도록 그 요령을 도표로 그려 올렸던 것이다. 『성학십도』
의 원제목은 『진성학십도차병도(進聖學十圖箚幷圖)』이다. 다시 풀이하면, '임금님께 성인이 되는 학문의 10가지 도해를 올리는
글로 그림을 첨부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퇴계는 성인이 되는 학문인 유학의 핵심을 10개의 그림과 그것에 대한 해설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당시의 성리학을 총결산
한다는 의의를 지닌다. 따라서, 퇴계가 창작한 것이 아니고 조선과 중국의 성리학 대가들의 글과 그림 그리고 자신의 글과 그림을
적절히 섞어 가면서 이 책의 내용을 작성했다.

『성학십도』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서론: 진성학십도차(進聖學十圖箚), 제1도: 태극도(太極圖), 제2도: 서명도(西銘圖), 제3도: 소학도(小學圖), 제4도: 대학도(大學圖),
제5도: 백록동규도(白鹿洞規圖), 제6도: 심통성정도(心統性情圖), 제7도: 인설도(仁設圖), 제8도: 심학도(心學圖), 제9도: 경재잠도
(經齋箴圖), 제10도: 숙흥야매잠도(夙興夜寐箴圖)
위와 같이 퇴계는 당시까지 논의되고 연구되었던 성리학의 우주론·심성론·수양론을 그림을 곁들인 설명과 해설을 통해 압축·정리해
놓았다. 이 10가지 그림 역시 결국 퇴계 철학의 핵심인 경(敬)으로 일관하고 있다. 경은 자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가지는 공경의
마음이자 고마워하는 마음이며,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자 무언가 도와 주려는 마음이다. 이런 마음가짐은 실천을 통해 행동으로 나
타난다. 따라서,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기 위한 공부를 중시해야 한다. 바로 이 경이 성학의 처음이자 끝이다. 이것이 『성학십도』
가 보여 주는 진수이다.
다음 절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자.

Ⅰ. 퇴계의 학문 세계

퇴계는 정주(程朱)1)계통의 성리학을 계승했다. 그의 학문은 그 중에서도 특히 경(敬) 사상을 강조했다. 즉, 경을 알고 몸소 행하는
데 학문의 궁극적인 목적을 두었던 것이다. 이를 위해, 퇴계는 한시도 쉬지 않고 공부를 계속하였다. 그 모습을 『퇴계 전서』에서
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선생은 언제나 조금도 마음을 해이하게 하지 않았고, 관을 벗거나 허리띠를 풀고 흐트러진 모습으로
앉아 있는 적이 없었으며, 하루 종일 손에서 책을 놓는 법이 없었다. 항상 안질로 괴로움을 당하면서도 잠시라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문인들이 입을 모아 "눈병이 이렇게 심하니 책 보는 일을 그만두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까?" 하고 청하자, 퇴계는 "나도
그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나, 만약 책을 보지 않으면 병이 오히려 더 기승을 부리니 비록 잠시 쉬고 싶기는 하여도 그리하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렇듯 퇴계는 정말 지독하게 학문에 몰두한 학자요, 선비였다. 이렇게 하여 퇴계가 찾아 낸 이치는 우리 나라 성리학 가운데 최고
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퇴계가 몰두했던 유학은 수기(修己)·치인(治人)이라는 말로 압축할 수 있다. 수기는 자기 몸을 닦는 일이요, 치인은 그것을 바탕으
로 남을 다스리는 일이다. 성리학자인 퇴계가 학문을 한다는 것은 바로 자기 수양을 하는 일이다. 자기 수양은 지식의 실천이라는
부단한 과정을 통해 진행된다. 퇴계는 무엇보다도 실천을 강조했다. 앎의 실천, 그것 자체가 진리를 구현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진리 구현의 정점에 성인(聖人)이 자리하고 있다. 『성학십도』도 바로 이런 진리를 추구하는 가운데 나온 명작(名作) 중
의 하나이다.

Ⅱ. 『성학십도』의 주요 내용

1. 진성학십도차(進聖學十圖箚)
이것은 『성학십도』의 서론에 해당한다. 따라서, 당시의 임금인 선조에게 『성학십도』를 지어서 올리는 이유와 그 목적이 분명
하게 드러나 있다. 퇴계는 먼저, 자신이 임금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기 진단부터 실시하였다. 즉, '자신은 지극히
어리석고 비루한 사람으로 여러 대에 걸쳐 나라의 은혜를 입고 강연하는 자리에까지 앉게 되었으니, 성학을 권도(勸導)하고 왕을
보필해야 할 의무와 책임감'을 느꼈던 것이다. 이에 옛 현인촵군자들이 성학과 마음 다스리는 방법을 밝혀 놓은 것을 빌어 조심스
레 임금께 바친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그리고 '성인이 되기 위하여 하는 공부는 마음에서 구해야 함'을 강조하며, 깊이 생각하고 충실하게 배우기를 권한다. 먼저, 뜻을
세워 '배우고 생각하는' 공부에 분발하기를 바라고 있다. 여기에서 경(敬)을 계속 지키라고 주의한다. 즉, 경은 생각과 배움이 같이
있는 것이고, 움직임과 고요함에서 일관된 것이며, 마음과 행동을 합일하고, 드러난 것과 숨은 것을 한결같이 하는 도(道)이다.

이러한 것은 반드시 삼가고 엄숙하며 고요한 가운데 자기의 마음을 두어야 가능하다. 그리고 배우고 질문하고 생각하며 분별하는
동안에 이론을 궁구해야 한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곳에서 경계하며 두려워하는 태도를 더욱 엄숙하게 하고 더욱 공경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숨어 있어서 잘 보이지 않는 곳과 홀로 있는 곳에서도 더욱 정밀하게 성찰하여야 한다. 이런 방법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퇴계는 선조 임금이 이러한 10개의 도설(圖說)을 보며 깊이 생각하고 익혀서 온 백성을 편안히 다스리는 성군(聖君)
이 되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태도가 바로 선조 시대의 선비들이 우국 충정의 마음을 다해 행했던 실천 행위의 하나
였다.

2. 태극도(太極圖)
태극도와 도설은 모두 주돈이(周敦W)가 지은 것이다. 여기에 주자와 퇴계가 설명을 붙인 것인데, 그 대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돈이는 "무극(無極)이면서 태극(太極)이다.2)"라는 어려운 말로 태극도설을 시작한다. 태극이 움직여 음과 양3)을 낳으면서 변화
의 근원이 되었다. 그러한 변화 가운데 세상 만물이 생겨났는데, 그 중 사람이 가장 영엄하다. 그리고 사람 가운데서도 선과 악,
군자와 소인의 구분이 생겼다. 성인은 이를 잘 조화시켜 나아가는 인간이다.

주자는 이를 좀더 보완하여 설명하고 난 후, 성스러운 인간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수양을 꼽았다. 수양한다는 것은 공경하는 것이
다. 즉, 경(敬)을 실천하면 욕심이 적어지고 이치가 밝아진다. 욕심을 적게 하고 또 적게 하여 욕심이 없는 지경에 이르면, 충분히
성스러움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퇴계는 『성학십도』에서, 태극도설을 가장 앞세운 이유가 '성학을 해 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이치를 담고 있기 때문'
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성인이 되고자 공부하는 사람은 태극도설을 근본으로 삼고 추구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3. 서명도(西銘圖)
서명은 장재(張裁)의 글로, 그림은 임은 정씨가 그린 것이다. 서명이란, 이 세상의 근본 이치는 하나인데 그것이 나누어지면서 서
로 달라졌음을 밝힌 것이다.

주자의 설명에 의하면, 대체로 하늘을 아버지로 삼고 땅을 어머니로 삼는 것은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에게 공통적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이치가 하나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나 생물이나 간에 태어나면, 제각기 자기의 아버지를 아버지로 하고 자
기의 자식을 자식으로 여긴다. 이는 사물이 나누어지면서 서로 달라지는 것이다. 퇴계는 이를 인(仁: 어짊)의 실체로 보았다.
그리고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이치를 잘 깨달아 실천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4. 소학도(小學圖)
소학이라는 내용의 글은 주자가 쓴 것이며, 그림은 퇴계가 직접 그린 것이다. 그 주요 내용은, 인간의 성품은 본래 착하며 오직
성인만이 이 성품을 따른다는 데서 출발한다. 일반 대중은 어리석으며 욕심에 사로잡혀 있다. 그리고 인간 본래의 규범을 지키지
않고 위반한다. 그런데 오직 성인만 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근심하여 학교를 세우고 스승으로 하여금 교육하게 하면서, 인간 본성
을 잘 키워 일상 생활을 펴 나가게 하였다.

소학, 즉 어린 아이 때부터 구체적으로 배워야 할 것은 청소를 잘 하는 것, 대인 관계에서 대답을 분명하게 하는 것, 가정에서
효도를 잘 하는 것, 사회에서 타인들을 공경하는 것, 그리고 모든 행동에서 규범을 벗어나지 않는 것 등이다. 이러한 실천적인
규범들이 인간을 자신이 지닌 선한 본성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5. 대학도(大學圖)
대학도의 본문은 『대학』에 나오는 내용이고, 그림은 권근이 그린 것이다. 대학의 도는 밝은 덕을 밝히는 데 있고 백성을 새롭게
하는 데 있으며, 지극히 착한 경지에 머무르는 데 있다. 지극히 착한 경지에 머무르는 것을 알 게 된 다음에 마음이 향하는 바가
가지런해지고, 마음이 향하는 바가 가지런한 다음에 망령스러운 마음이 없어지고, 그 다음에 마음이 편해지고 그리고 나서야 사물
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되어 사물을 잘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모든 사물에는 근원과 그 근원에 대한 결과가 있고,
일에는 시작과 끝마침이 있으니 먼저하고 뒤에 할 바를 알면 곧 도에 가까워진다. 이것이 대학의 대강이다. 이는 경에 대한 공부를
할 때, 앞에서 나온 소학의 실천성을 바탕으로 그 이치를 구명한 것이다.

6. 백록동규도(白鹿洞規圖)
여기에서 규약은 주자의 글이고, 그림은 퇴계가 직접 그린 것이다.
[백록동규]는 주자가 백록동 서원의 학생들에게 제시한 내규, 즉 학칙이다. 주자는 옛 성현들이 학생들을 교육한 방법과 내용
가운데에서 특별히 좋은 것을 발췌하여 현판에 새겨 걸어 두었다. 이 규범은 주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에 근원을 두고 이치를
구명하며, 열심히 실천하여 심법(心法)4)의 절실하고 요긴한 것을 구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와 같은 규범을 학생들은 잘 준수
하여 지켜야 했다. 이것이 성인으로 나아가는 배움의 과정에서 지켜야 할 준칙이었다.

1) 정주(程朱): 정명도, 정이천의 학설을 주자가 이어 확립한 유학(성리학)을 말한다.
2) 무극(無極)은 '극(끝)이 없다.'뜻이고, 태극(太極)은 '가장 크고 위대한 극'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극(중심)이 없으면서
가장 크고 위대한 극(중심)이다.'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이지 않는 불변의 원리와 구체적으로 보이는 변화의 원리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
3) 음(陰)과 양(陽)은 세상 만물을 움직이는 변화의 두 원리를 가리킨다.
4) 심법(心法): '마음을 쓰는 법이나 이치'라는 뜻으로, 유학에서 매우 중시한 덕목이다. 즉, 마음을 어떻게 먹고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인간 자체나 인간 행위의 선악이 나누어진다

7. 심통성정도(心統性情圖)
이는 임은 정씨와 장자(張子)가 만든 것에, 퇴계가설명을 덧붙여 완성한 작품이다. 이 부분은 '마음(心)이 성(性)과 정(情)5)을 통제
한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성(性)'은 마음이 고요하여 움직임이 없는 경지이다. 이것은 바로 마음의 본체이기도 하다. '정(情)'
은 하나의 마음이 대상에 대하여 느껴져서 화통하는 경지이다. 이것은 바로 마음의 실체인 것이다.

따라서, 성이 발현하여 정이 되는 순간이 바로 하나의 마음이 여러 측면으로 분화되는 중요한 경계이다. 이 순간, 인간의 선과
악이 갈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배우는 사람은 경(敬) 공부에 전념하여 올바른 이치를 깨달아 욕망의 분별을 확실히 해야 한다.
성이 발현하지 아니하였을 때는 착한 본성을 보존하고 기르는 공부를 충실히 할 것이며, 성이 이미 발현했을 때는 반성하고 살펴
보는 습성에 익숙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 것인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8. 인설도(仁設圖)
이 부분의 그림과 해설은 모두 주자가 그리고 쓴 것이다. 인(仁)이라는 것은, 천지가 만물을 생성케 하는 마음이다. 사람은 이
인을 얻어서 마음으로 삼는 것이다. 인간은 인의예지(仁義禮智)의 4가지 덕을 지니고 있다. 이 가운데 오직 인(仁)만이 이 4가지의
의미를 모두 포함한다. 그러므로 인은 모두를 포근히 감싸서 원만하게 잘 길러 내게 하는 요인이다. 인의 본체란, 무엇인가를 생성
하는 특성을 지닌 것이며 사랑의 근원이다. 그래서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 있게 지내는 것은 인을 실천하는 것이며,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것은 인을 베푸는 것이고, 사물을 알고 깨닫는 것은 인을 아는 것이다. 인은 사랑이요, 용서요, 화해요, 봉사요, 깨
달음이다. 따라서, 임금이 되어서는 반드시 이 인(仁)에 머물러야 한다.

9. 심학도(心學圖)
이 부분의 그림과 설명 모두는 임은 정씨의 것이다. 이 부분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 마음에 관한 이해를 통해 성인의 경지로 들어
가는 방법을 깨닫게 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갓난아이의 마음은 사람의 마음이 욕심으로 물들기 이전의 양심이며, 세속적인
사람의 마음은 사사로운 욕심에 가려진 마 음이다. 도덕적인 인간의 마음은 의리가 충분히 갖추어진 본래의 마음이며, 진실된
마음은 의리를 깨달은 마음이다. 그런데 이러한 마음은 우리의 몸까지도 주재(主宰)한다. 그리고 경(敬)에 대한 공부 역시 우리의
마음을 주재한다. 따라서, 항상 마음을 거두어 모아 사물에 대해 깨닫고 깨달아 충분히 익히고 궁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학문
이요, 참된 공부이다.

10. 경재잠도(經齋箴圖)
경재잠은 주자가 지은 것이고, 그림은 왕오재가 그렸다. 경재잠은, 경(敬)을 행하는 조목(條目)에 대해 자세히 기록한 것이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옷을 단정하게 입고 모자를 바르게 써야 하며, 대상을 보는 눈의 모습을 존엄하게 해야 한다. 발의 움직임은 반드시 무겁게 하고,
손의 움직임은 반드시 공손하게 해야 한다. 길을 걸을 때는 마치 개미집도 피하여 돌아가듯이 조심해야 한다. 필요 없는 말은 하지
않고 헛된 생각을 막아, 말과 생각을 성실하고 진실하게 하여야 한다. 일을 처리할 때에는 오직 그 일을 처리하는 데에만 마음을
쏟아야 한다.

이는 일상 생활 속에서 보고 생각하는 사이에 몸소 음미하여 깨달은 후 살펴서 터득하라는 생활의 지침이다. 그래야 경에 대한
공부가 이루어지며, 이는 성학의 처음과 끝이 되는 것이다.

11. 숙흥야매잠도(夙興夜寐箴圖)
잠은 진남당이 지었고, 그림은 퇴계가 그렸다. 숙흥야매잠은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일상에서 어떤 생활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경계이다. 이는 도(道)라는 것이 일상 생활을 하는 동안에 유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디를 가더라도 있지 않은 곳이 없다는 사
고에서 기인한다.

닭이 우는 새벽녘에 깨어나면, 생각이 차츰 일어나기 시작한다. 때로는 지난날의 허물을 반성하고, 때로는 새롭게 얻은 어떤 것
들을 추려 내어 차례에 맞게 조리(條理)를 세운다. 그리고 묵묵히 깨닫도록 한다. 근본이 서게 되면,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머리를 단정하게 빗고 의관을 단정하게 하고 조용히 앉아 자신의 몸가짐을 가다듬는다. 지식을 사물에 비추어 보고 나면, 나는 그저
나일 뿐이므로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사념(邪念)에서 벗어난다. 책을 읽다가 여가를 이용하여 간간히 피로를 풀고, 정신을 가다듬
어 성과 정을 편안하게 한다. 밤이 깊어 잠을 잘 때는, 손을 가지런 히 하고 발을 모은 채 아무런 생각을 하지 말고 심신을 푹 잠들게
한다.

이렇게 일상을 이어가면서 하루를 정돈하는 가운데, 인격이 완성되어 성인의 경지로 나아가는 것이다. 성학은 다름 아닌 일상 생활
의 흐트러짐 없음과 통한다. 즉, 일상 생활을 자연의 이치에 맞게 잘 꾸려 나가는 것과 같은 것이다.

Ⅳ. 『성학십도』의 가치와 의의

이와 같이 『성학십도』의 내용을 대강 살펴보았다. 『성학십도』의 10가지 그림과 설명은, 성학의 주요 원리와 구체적인 방법에
이르기까지 전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것이 조선 시대 주류를 형성했던 학문, 즉 성인이 되는 길을 모색하는 유학이었다.
『성학십도』가 더욱 빛나는 것은, 그런 성학 중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을 그림과 글로서 요약했다는 점에 있다. 뿐만 아니라,
성학의 처음과 끝을 경(敬)으로 일관했다는 것도 『성학십도』를 빛낸 주요한 이유가 된다.

퇴계는 선조에게 올리는 상소문 형식으로 『성학십도』를 지어 바치면서, 선조 임금이 성왕이 되어 백성들에게 선정(善政)을 베
풀기를 간절히 염원했다. 이러한 염원을 이루기 방법으로 10가지의 간략한 그림과 쉬운 설명을 곁들여 글을 지었던 것이다. 이는
당시까지의 성학을 집대성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달리 표현하면 『성학십도』는 가장 충실한 인간, 즉 가장 지혜로운 제왕의 길로
이끄는 지침서인 것이다. 따라서, 『성학십도』는 완전한 인격자로 나아가는 유학적 인간학이라고 볼 수 있다.